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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내용 중 일부

최강현 원장이 직접 만나본 위기의 부부들 이야기- 황혼이혼

최강현 원장이 직접 만나본 위기의 부부들 이야기

CASE 10

황혼이혼

 

‘다 늙어서 무슨 이혼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호모헌드레드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요즘,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나서도 살아갈 세월이 길다 보니

오히려 이혼을 하려는 사람이 더욱 늘고 있다.

오죽했으면 수십 년 참아오다가 이혼을 할까.

 

호적상 부부로만 살아온 세월

♀이영민(27년생, 가명) ♂이지현(28년생, 가명)

결혼 63년차

She said...

쪾결혼 후 평생 외도해온 남편

쪾30년 전부터 실질적인 부부 생활은 끝

1949년에 결혼한 우리 부부는 4남 1녀를 두고 있습니다. 농사꾼 집안으로 시집와 줄곧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을 키웠지요. 그나마 시댁에 논밭이 많아서 농사일은 엄청 고됐지만 조금씩이라도 재산을 늘려가는 재미에 마음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결혼 초부터 남편과의 사이는 그저 호적상의 부부일 뿐이었습니다. 남편의 여자 문제로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절만 해도 남편의 외도는 거의 눈감고 살던 터라 저 역시 자포자기하고 지냈습니다. 집안 살림에 농사일, 아이 양육까지 너무나 고단한 하루하루였기에 남편의 외도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더군요. 그저 늙으면 바람도 안 피우겠거니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30년 전, 남편이 농사일을 모두 접고 장사를 한다며 고향을 떠났습니다. 그때 저와 남편의 부부 관계는 완전히 끝이 난 셈입니다. 서울로 간 남편은 다른 여자와 새살림을 차리더니 처자식을 외면한 채 1년에 한두 번 고향집을 찾을 뿐이었고, 집에 와서도 아이들과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으까요. 어쩌다 내가 ‘아이들한테 관심 좀 가져라’고 말하면 되레 심한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집에는 얼굴도 비치지 않고 고향 마을에만 들르고 돌아간 적도 종종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마다 물려받은 땅을 팔았더군요. 온 동네에 남편이 서울에서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내 새끼들을 아비 없는 자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모르는 척 살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자식들이 당장 이혼하라고 말했지만 사실 다 늙어서 이혼한다는 게 쓸데없는 짓 같아 보였습니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굳이 이혼서류에 도장까지 찍나 싶었죠. 그러다가 최근 자식들이 모두 결혼하고 혼자 고향에 살면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오랫동안 농사짓느라 고생을 해서인지 고혈압에 당뇨까지 와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병원비도 꽤 많이 드는데 그동안 남편이 딴 살림을 하면서 그 많던 논밭을 죄다 팔아서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입니다. 유일하게 남은 것이 현재 살고 있는 집 한 채뿐인데 남편이 그것마저 담보대출을 받으려 하지 뭡니까. 더 이상 참고 있으면 안 되겠기에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최강현 원장의 Solution

결혼 20년차 이상의 50~70세의 황혼기 이혼율이 전체의 25%를 차지하며 계속 상승하고 있어 황혼기의 생애주기별 부부교육이 아주 시급한 실정입니다. 특히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황혼이혼 시기가 직장 퇴직 후, 또는 막내 출가 후에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이웃 나라 일본의 황혼이혼 문화인 ‘나리타 공항의 이별’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내가 참고 참으며 살다가 힘없고 능력 없어진 남편을 용도 폐기하는 셈으로 이미 일본에서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황혼이혼의 증가 원인을 100세 시대라는 수명 연장의 결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상담 중에 만난 한 50대 후반 여성은 지금까지는 참고 살아왔지만 남편의 퇴직 후 또 30년을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이혼을 결심했노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동안 가정에서 돈 버는 기계로, 하숙생으로 사회활동에만 전념해온 가부장적인 남편들이 퇴직 후 가정에 복귀하면서 부인과의 소통 문제로 전쟁을 시작하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이혼 및 사별로 인한 1인 가구 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435만 가구이며, 전체 1730만 가구 중 단독 가구가 25%를 차지, OECD 국가의 평균에 육박하고 있어 국민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필자는 가정법원 조정위원으로서 많은 위기의 부부들을 접하며 남자가 노후에 행복한 삶을 살려면 첫째는 와이프, 둘째는 아내, 셋째는 마누라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황혼이혼을 원하는 노년 부부의 이혼조정에 참여해보면 이혼 후의 남자와 여자의 삶이 확연히 다른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혼 후 여자에 비해 남자는 매우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옛말에 ‘남편이 먼저 가고 아내가 뒤따라가는 것이 맞다’라고 했는데 더없이 현실감 넘치는 말입니다. 남자가 노후에 혼자가 되는 이유는 상처하거나 이혼한 경우인데 홀로 사는 남자들의 삶은 무척 피폐해집니다.

남자는 혼자가 되면 우울증이 증가하고 잠자리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끼니며 빨래, 가사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평생 사회생활과 경제활동만 했던 사람이 갑자기 집안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남자가 노후에 행복하려면 이것만은 꼭 실천해야 합니다.

 

첫째, 아내가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도록 남편이 도와주자. 아내의 장수와 행복이 남자의 삶을 위해 아주 중요하므로 가사 분담을 실천하고, 아내에게 수시로 애정표현을 하며, 평소에 꽃과 선물도 자주 해야 합니다. 아내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넉넉히 주세요. 이혼을 하면 절반씩 나누어야 하니 남편 입장에서는 이렇게 인심을 쓰는 편이 오히려 남는 장사일 수 있습니다.

 

둘째, 건강한 성생활을 즐기자. 필자가 강연과 상담 중에 ‘건강하고 규칙적인 성생활이 건강과 삶의 행복지수를 높인다’고 말하듯 행복한 성생활이야말로 최고의 불로초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황혼친구 이벤트와 만남의 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년의 성적 복지 향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노년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정책을 통해서 건강보험 적자를 줄이고 사회적 치안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지금부터라도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는 습관을 실천하자. 대인관계, 부부관계에서 대화의 기본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태도입니다. 부부교육 강의 중에 ‘침묵은 금이 아니라 금이 가게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부부 사이에서는 사소한 일이라도 자주 대화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정신없이 바쁜 사회생활을 하고 퇴직 후에야 가정에 복귀하는데, 그때는 자식도 아내 편이고 평소 대화가 없다 보니 부부간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부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부들과 상담을 해보면 남편이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고 ‘쓸데없는 소리 한다’며 무시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우울증까지 앓는 사례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정에서 가사 분담을 실천하자. 퇴직 후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가정의 주인인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고 가사 분담을 실천하여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에서도 가족친화적인 직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무원, 공기업,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일·양육의 양립을 돕는 아버지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인구보건복지협회 남편교실, 건강가정지원센터 부부교육, 현대기아차, 삼성 SDI, 대우조선해양, 국민은행, 한전기술 등 대기업, 공무원 대상으로 부부교육, 아버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 문제가 심각합니다. 강의를 하면서 요즘 남녀의 성역할 변화를 알려주고 그에 따른 가사 분담을 실천하도록 강조하는데요. 일부이긴 하지만 이를 등한시하는 남성들을 볼 때마다 그분들의 노후가 심히 걱정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