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남자와 여자, 너무나 다른 그들
남녀의 차이만 잘 알고 있었더라면 많은 위기의 부부들이 ‘이혼’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 있다. 누구나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걸 알지만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문제다. 결론적으로 남녀는 전혀 다른 이성으로서 평생 부부로 살아도 완전한 유기적 화합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부부가 행복할 수 있는 가장 기본자세는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뇌 구조가 다르다
강원도의 자치단체에서 개최한 부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한 달 후에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아버지교육에서 강조한 남녀의 차이를 새겨들은 뒤 인내심을 가지고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더니 아내가 우울증도 없어지고 부부 금실도 좋아졌다며 참으로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이 부부는 여전히 명절 때마다 감사의 표시로 특산품을 보내오고 있다.
부부의 행복을 위해서는 아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하며, 학생이 학습을 통해 성적을 높이듯 서로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면 효과가 나타난다.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나는 부부간 소통의 문제는 사소한 일로부터 비롯된다. 하늘 아래 반반씩 살고 있는 남녀 간의 차이를 알고 상대한다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여성의 뇌, 남성의 뇌>의 저자 요네야마 키미히로 박사는 태아의 발달 과정에서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느냐에 따라 남녀의 뇌 차이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임신 16주경부터 남자아이는 안드로겐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좌뇌의 발달이 억제되고 우뇌가 크게 활성화된다. 이 때문에 남성의 우뇌 우위 현상이 나타나는데 여성의 경우는 별 차이가 없다. 우뇌는 아날로그적 기능과 직감적·시각적인 분석 능력을 담당하고, 좌뇌는 언어나 문자, 숫자 등 디지털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어느 쪽의 뇌가 더 발달했느냐에 따라 개인별 능력이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우뇌가 발달한 사람은 사물을 직간접적으로 판단하고 결단하는 능력이 빠르다. 그 결과 ‘빨리 결론을 내리자’, ‘흑백을 분명하게 가리자’ 등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남성은 여성들이 돌려서 말하거나 수다스럽게 떠드는 걸 괴로워한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그 수다가 고통스럽기는커녕 즐거울 뿐이다. 그 이유는 뇌의 측두엽에 있는 ‘베르니케 언어중추(언어 저장고)’의 뇌신경 세포가 두껍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용량이 있고 여러 정보를 동시에 담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에 남성은 이 뇌신경 세포가 적어서 한 번에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그래서 대화 중에 말을 돌리거나 정보가 춤추는 여성들의 수다를 들어야 하는 게 고통스러운 것이다. 남성의 뇌는 일정 분량 이상의 언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만큼 사물에 집중하는 능력이 우수한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감은 남성이 좋다고 한다. 소리의 질, 템포, 말하는 간격, 억양 등의 요소를 ‘포로소티’라고 하는데 이것들이 우뇌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남성은 말수가 적지만 이야기의 감이 좋아서 줄거리나 상대의 심리를 잘 파악한다.
공간을 지각하는 능력 또한 우뇌에서 담당하므로 남성은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나다. 평면도를 보고 금방 입체도를 상상할 수 있어 지도를 잘 읽으며, 먼 거리의 사물까지 거리를 쉽게 추측하고, 목표물에 화살 맞히기와 주차를 잘한다. 하지만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은 지도를 읽는 게 어렵고, 사격이나 주차를 남성처럼 잘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주차를 못한다고 아내를 구박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신체적인 차이를 보면 남성은 안구가 크고 깊이가 있어서 먼 거리를 잘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옆에 있는 것은 잘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여성의 눈은 시야가 넓어 근처의 사물을 잘 볼 수 있으나 먼 거리를 보는 것은 어렵다. 또 여성은 음악이나 소리를 듣는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음치가 드물다. 그리고 남성은 음이나 소리의 방향을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 집 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잘 알아차린다.
어른이 되어서도 남녀의 관심사는 차이가 있다. 여성은 다이어트, 교제, 결혼, 육아, 애인, 성격, 타인의 행동, 직장의 인간관계 등에 관심이 많고, 남성은 스포츠, 일, 뉴스, 기계의 메커니즘, 기술, 자동차, 비행기, 산, 바다 등 사물과 자연에 관심이 많다.
이와 같이 남녀는 태생적으로 확연히 다른 차이점을 보인다. 우리가 영어를 공부해 토익 점수를 높이고 승진을 하듯이 부부의 행복과 건강한 가정을 위해서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고 공부한다면 부부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침묵하는 남성을 이해하라
여성들이 상담하는 내용 중 가장 많은 것이 ‘남편이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으며 자신의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미혼일 때는 말 많은 남자는 가볍게 보여 오히려 과묵한 남자가 인기 있지만, 결혼 후 과묵한 남자는 여자들의 속만 답답하게 한다. 특히 말이 많던 남자도 이상하게 결혼만 하면 ‘아는?’, ‘밥 줘’, ‘자자’ 세 단어로 대화를 끝낸다는 경상도 남자가 돼버리는 건 왜일까?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의 저자인 피즈 부부에 의하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남녀 간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한다. 보통 여성은 하루에 6000~800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 여기에 얼굴 표정이나 머리를 끄덕이는 신체언어까지 포함하면 2만 개 정도의 언어를 사용하는 셈이다. 반면에 남성은 하루에 4000개의 단어를 말하며 신체언어를 포함해도 7000개 정도의 언어만을 사용한다. 이는 여성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니 남자가 자신의 할당 언어를 다 사용한다고 해도 여자에게는 ‘조용한 남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직장에서 이미 많은 언어를 사용한 남자들은 당연히 집에 오면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맞벌이를 하는 경우라면 그나마 ‘조용한 남자’를 이해할 수 있다. 여자 역시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테니까. 하지만 전업주부일 경우에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 기껏해야 아이와의 대화가 전부였을 아내는 오늘의 언어 사용량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래서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려 아직 다 소진되지 않은 언어를 쏟아내려고 한다. 이럴 때 남편은 피곤하겠지만 아내의 말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아내가 정서적으로 편안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일단은 대화에 문제가 없는 부부가 될 수 있다.
남녀 간 대화의 차이는 단순히 언어 사용량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대화를 나누는 동기도 남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남자는 ‘용건이 있을 때만 말하는 습성’이 있다. 여자가 전화를 걸었을 때 많은 남자들이 제일 먼저 ‘왜?’라고 묻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당연히 남자들의 이러한 반응에 여자들은 ‘꼭 이유가 있어야 전화를 하냐’며 섭섭함을 토로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꼭 내 남자만 이러는 것도 아니고, 남자가 당신의 전화가 귀찮아서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늘 ‘용건이 있어야 말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가 말싸움을 하면 거의 대부분 남자가 진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과정의 차이 때문이다. 남자는 머릿속으로 먼저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한 뒤에 말을 하지만 여자의 경우는 말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몸싸움을 할 때도 먼저 기선을 제압하는 사람이 유리한 것처럼 말싸움도 마찬가지다. 먼저 내뱉고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이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남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말을 하기 때문에 싸워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면 아예 시작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말싸움을 할 때면 남자는 조용히 듣고만 있고 여자 혼자 떠드는 경우가 많다.
여기 50대 초반의 한 부부를 보자. 남편이 퇴근 후 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데, 아내는 남편에게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상의하고자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남편은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아내는 화가 났고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다.
부부심리 상담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부부의 싸움은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남편의 무성의한 태도를 문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남자의 대화 습성을 이해했다면 싸움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대화를 원할 때는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TV를 잠시 끈 뒤에 시도하면 충분히 해결될 일이다. 여성과 달리 남성은 한 번에 하나의 일밖에 할 수 없는 뇌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니 아내는 중간중간 “여보, 지금 내 말 듣고 있어요?”라고 한 번쯤 물어보며 대화를 해보자.
-여자의 수다는 남자의 술과 같다
남편들이 아내와 잘 대화하지 않는 이유는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무려 3배 이상의 이야기를 해야만 만족할 수 있으니 남편 입장에서 보면 아내가 정말 쉬지 않고 말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일부 남편들은 아내의 모든 말을 ‘수다’라 칭하며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수다는 남성의 술과 같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남성은 인간관계의 밀착도를 높이기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 ‘술’을 선택한다. 실제로 남성 사회에서의 일 대부분이 술자리에서 결정될 만큼 남성에게 술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여성의 인간관계는 어떻게 형성될까? 바로 ‘말’이다. 여성이 대화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다.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게 주목적인 남성과 달리, 여성은 내 기분을 상대방과 함께 나누고 공감을 얻기 위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즉, 대화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수다 금지령을 내린다면 많은 우울증 환자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여자가 말이 많다며 인신공격하는 남자는 더 이상 신사가 아니다.
대화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여성에게 즐거운 일이 없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다. 직업이 있거나 취미생활, 사회봉사 등 주변 사람들과 교류가 많은 여성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 일과 중에 대화를 많이 나누었기 때문에 ‘말’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그러나 전업주부의 경우 적절하게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다 보니 남편이 돌아오면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방에서 욕실로 남편을 졸졸 따라다니며 이야기를 시도하는 아내도 있다.
물론 이를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남편도 “응, 그래”라고 간단히 대답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멈추지 않는 아내의 말에 지치게 되고 결국은 아내의 목소리마저도 짜증이 난다. 그래서 소파에 누워 아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TV 화면에 시선이 고정될 때쯤 아내는 “그런데 내 얘기 듣고 있는 거야?”라고 소리치며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화를 내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그나마 침묵하는 남편은 나은 편에 속한다. 어떤 남편들은 아내가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말을 끊는다. 길어지는 대화에 남편은 점점 지루해진 것이다. 하지만 여성은 용건만 간단히 말하기보다는 최근에 재미있고 슬픈 일 등 새로운 정보를 말하면서 상대방이 공감해주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심정을 세세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여성은 남편의 공감을 얻고 싶어서 대화를 시도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남성의 뇌는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남성들은 부부싸움에서도 ‘흑백을 가리자, 이래야 돼!’라고 단언하려고 한다.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하면 호전적·공격적인 성향이 표출되는데, 시상하부는 남성호르몬의 양에 따라 쉽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남성은 싸움을 하면 ‘승리냐 패배냐, 누가 센지 우열을 가리자’는 태도를 보인다. 반대로 여성은 감정적으로 흥분하게 되면 언어중추가 자극받는다. 게다가 좌우의 뇌를 모두 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그때도 이렇게 말했잖아”라고 예전 이야기를 꺼내서 말을 탁구공 치듯 퍼붓는다. 남성은 상대의 모순을 발견해서 아내의 항복을 받아내려 하지만 영리한 여성은 여러 정보를 끌어내면서 저항한다. 싸움이 여기까지 오면 이미 아무도 못 말릴 정도로 격해진 상태다.
결론적으로 남성의 경우 논리로써 주장해도 여성의 감정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항복’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감정을 누르고 다정하게 들어주는 편이 현명하다. 반대로 여성의 경우는 남성들이 아내가 반항하는 자세를 취하면 어떻게든 이기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반항과 말하기를 자제하고 “미안해”라며 남성의 체면을 세워주자. 그러면 남성도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며 싸움은 간단히 끝이 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명한 부부의 대화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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