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현 원장이 직접 만나본 위기의 부부들 이야기
CASE 6
가정폭력
아직도 맞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부부 사이의 가정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의 경우 어릴 적에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이들이 많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이 대물림으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보고 자란 남편
♀윤영진(69년생, 가명) ♂김한석(69년생, 가명)
결혼 17년차
She said...
폭언을 일삼는 시아버지
며느리를 집안일 해주는 파출부쯤으로 여기는 시댁
폭력적인 시아버지를 보고 자라 똑같이 행동하는 남편
1995년에 결혼해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남편과 시아버지, 시어머니와 함께 카센터 뒤편에 있는 방 두 칸짜리 조립식 건물에서 살아왔습니다. 결혼 전, 남편의 가난한 환경뿐 아니라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 갈등도 많았지만 결국 결혼하기로 결심했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시댁이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첫아이를 임신한 지 6개월쯤 됐을 때였어요. 하루는 시누이가 이혼을 하겠다며 집으로 왔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시아버지가 칼을 들고 시누이를 위협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너무 놀란 제가 눈물을 흘리자 시어머니가 ‘임신 중인데 놀라서 애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시아버지는 ‘애새끼한테 뭔 문제 생기면 안 낳으면 될 것 아니냐’며 소리를 지르더군요. 이뿐만 아닙니다. 시아버지는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화부터 내고 한 번 화가 나면 집 안의 그릇이며 가전제품 등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해댔습니다. 그때마다 남편은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시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울면서 빌더군요.
심지어 시아버지는 제 아이들이 떠들며 말을 안 듣는다고 방에 가둔 채 때리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방문 앞에서 잘못했다고 빌어도 아랑곳없이 손자들을 때리더군요. 어린 손자를 어두운 방에 몰아넣고 주먹으로 발로 때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제 자식이 저렇게 맞고 있는데 아무것도 못하는 남편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저를 대하는 것도 며느리라기보다는 그저 시어머니 목욕시키고 집 안 청소하고 빨래하는 파출부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시고모까지 덩달아 “시아버지가 그런다고 도망가면 네 친정 식구들 시아버지가 다 죽일 거다. 너 시아버지 성격 알지?”라며 마치 제가 당연히 감내해야 할 일이라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문제는 이게 시아버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제 남편에게까지 이어졌다는 겁니다. 어처구니없는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모습을 어릴 적부터 봐온 남편도 화가 날 때면 시아버지와 똑같이 행동했습니다. 밥상을 뒤엎거나 살림살이를 집어던지고 소리치며 욕을 해댔습니다.
2009년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시아버지와 남편의 횡포는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심지어 몸이 아파 친정에서 쉬고 있는 저에게 쌍욕을 하며 ‘어디서 거짓말을 하냐.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들어와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현재 저는 불안 속에서 살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 남편 아들 구박하는 재혼 남편
♀조현경(76년생, 가명) ♂이형석(60년생, 가명)
결혼 5년차
She said...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
결혼 3년째부터 생활비를 주지 않음
저는 이혼한 뒤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다니고 있던 교회 권사님의 소개로 지금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저보다 열여섯 살이나 많았고 저와 달리 초혼이라 처음엔 결혼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초등학교 기능직 직원으로 성실히 근무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정관수술을 해 결혼 후 자식을 갖지 않고 제 아들을 친자식처럼 키우겠다고 약속해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연락도 없이 외박하는 날이 잦았습니다. 저는 병원에 다녀 밤 근무도 종종 했는데 그럴 때면 정시 퇴근하는 남편에게 아들을 챙겨달라고 부탁했죠. 하지만 남편은 제가 밤늦게 귀가할 때까지도 집에 들어오지 않아 아들이 저녁도 굶은 채 지쳐 잠든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게다가 전화도 받지 않고 3일 만에 집에 들어와서는 직장에 병가 처리를 해야 하니 저에게 진단서를 발급해달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죠.
또 결혼 3년째부터는 아예 생활비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버는 돈으로 생활해야 했고, 최근에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보증금을 시댁에 줘야 한다며 월세로 옮기자고 하더군요.
무엇보다도 남편은 제 아들을 친자식처럼 키우겠다고 약속했지만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되었을 때부터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밥을 먹다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아이의 뺨을 부어오를 정도로 때리더니 이후에도 조금만 잘못하면 따귀를 올려붙이고 몽둥이질을 해 아이의 다리는 언제나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제가 퇴근이 늦은 날이면 아들이 집에 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또 버릇을 고친다는 이유로 아이를 내쫓고 현관문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바꾸어 아들과 저는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아들은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욱하는 성격에 폭력적인 남편
♀서윤정(73년생, 가명) ♂박정현(70년생, 가명)
결혼 5년차
She said...
아내는 아들을, 남편은 딸을 데리고 재혼
화가 나면 물불 가리지 않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남편
자기 자식과 재혼 아내의 아들을 차별함
저와 남편은 재혼으로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저는 아들을, 남편은 딸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가 2006년에 처음 만나 8개월간 교제한 뒤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한 명 낳았습니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무섭게 화를 내 헤어지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연애할 때 제가 직장 일로 피곤해서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면 화를 내며 회사 앞으로 찾아와 근무 시간 중인데도 저를 강제로 차에 태우기도 했고, 집으로 찾아와 문을 열라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으며, 새벽까지 수십 통의 전화를 하는 등 욱하는 성격을 조절하지 못하는 남자였습니다.
한번은 둘이 찜질방에 갔다가 피곤해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어떻게 데이트 중에 잠을 잘 수 있느냐며 제 손목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화를 내더군요. 마침 아이가 집에 올 시간이라 가야겠다고 하니 집까지 쫓아와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 너무 무서워 친정어머니를 불렀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 남편은 제 어머니 앞에서 씩씩거리며 헤어지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며칠간 빌면서 저와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해 결혼까지 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남편의 이러한 성격은 쉽게 고쳐지지 않더군요. 아이들 학원 결정을 자기와 상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 안의 살림살이를 부수고, 아이들과 수영장엘 갔는데 자기 딸을 먼저 씻기지 않았다며 저를 친정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벽에다 밀치고 휴대전화를 집어던졌습니다. 딸내미는 큰 아이라 혼자서도 잘 씻으니 막내부터 챙기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하는 수 없이 남편을 피해 친정집에서 하룻밤 보내고 집에 가니 남편은 저더러 외박을 했다며 손찌검을 하더군요. 게다가 걸핏하면 화를 낸 뒤 자기 딸을 데리고 나가 일주일 뒤에 들어온 적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늘 돌아와서는 자기가 잘못했다며 싹싹 빌고 한동안은 너무나 착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3년 전부터 별거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우리 가족이 파탄 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혼 가정인 만큼 아이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기 싫습니다. 그렇다고 폭력이 반복되는 가정은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어 너무나 고민스럽습니다.
최강현 원장의 Solution
윤영진·김한석 부부의 경우 흉기로 위협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니 심각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두렵다고 쉬쉬하며 넘길 문제가 아닌 듯싶습니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초기부터 문제시해서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피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아버지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고 자랐으면 그게 싫어서라도 안 할 것 같은데 그대로 답습을 하니 참 아이러니하죠? 사실 ‘욕하면서 닮는다’고 부모의 단점을 싫어하면서 어느덧 닮아 있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해 바꾸고자 하는 남편의 노력이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남편에게 절박한 심정으로 하소연하는데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면 마냥 끌려다니지 마시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폭력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폭력은 습관이고 대물림됩니다. 남편이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상담치료를 받아서라도 꼭 남편의 폭력성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위협적인 상황이 계속된다면 고소를 해서 임시조치 또는 보호조치를 받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해 사전 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보호를 받고자 할 때는 ‘1366’ 등 여성을 위한 긴급전화가 있으니 알아두세요. 또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 등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위 사례처럼 남편의 폭력이 도가 지나쳐 아내가 신체적·정신적인 피해를 입는다면 남편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있으며 형사처분도 가능합니다. 내용 중에 시고모가 나서서 ‘시아버지가 그런다고 도망가면 네 친정 식구들 시아버지가 다 죽일 거다. 너 시아버지 성격 알지? 당연히 네가 감내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볼 때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 탓에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고 불안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데 조속히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두려운 마음에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 아내의 상황은 이해합니다만, 그 두려움의 벽을 훌쩍 뛰어넘으면 더 든든한 울타리가 있는 곳에 안착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루빨리 폭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내를 위해, 또 아버지의 행동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을 자녀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입니다.
가정폭력은 습관이며 대물림됩니다.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는 어른이 되어서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간 폭력은 발생 초기부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피해를 줄여야 합니다. 용서하고 숨기면 습관화되고 일이 커진 뒤에 후회하곤 하니 전문 상담소와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최강현 원장은 경찰청 '4대 사회악 근절위한 가정폭력, 성폭력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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