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현 원장이 직접 만나본 위기의 부부들 이야기
CASE 9
술
신혼 초에 부부가 가장 많이 싸우는 이유는
바로 ‘술’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당한 음주는 부부 사이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가정 파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나친 음주와 극심한 의부증을 보이는 아내
♂이희성(62년생, 가명) ♀김정민(66년생, 가명)
결혼 24년차
He said...
쪾아빠와 오빠의 외도를 봐온 아내 쪾불륜에 대해 지나치게 거부반응을 보임
쪾매일 2병 이상의 소주를 마심 쪾술에 취하면 의부증이 심해짐
저와 아내는 중매로 만났습니다. 당시 제가 학생이라 졸업한 뒤에 결혼하길 원했지만 아내는 하루라도 빨리 집에서 나오고 싶다며 결혼을 서둘렀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바람피우는 아빠, 오빠가 보기 싫다고 하더군요. 어릴 때부터 남자들의 그런 모습을 봐온 터라 아내는 유난히 ‘불륜’에 민감했습니다. 사귀는 동안에도 제가 같은 학과 동기 여자 친구들과 만나는 것조차 상당히 싫어했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 후 함께 살면서 아내가 얼마나 ‘불륜’에 예민한지 더욱 실감했습니다. 아내는 불륜으로 이혼을 하거나 남자가 바람을 피우다 걸려서 이혼당하는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봤습니다. ‘왜 굳이 당신이 싫어하는 내용을 보느냐’고 물으니 ‘저런 것들을 봐야 남자들이 거짓말하는 걸 알 수 있고 증거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그런 상황을 꼭 저와 결부시켜 조금이라도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 마치 제가 불륜이라도 저지른 양 몰고 가면서 화를 냈습니다. 게다가 제 후배 중 불륜으로 이혼한 녀석이 있는데 아내는 제가 그 후배와 만나는 것조차 무척 싫어했습니다.
또 아내는 술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거의 매일 소주를 2병 이상 마셨는데, 처음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에서 외로워 그런가 보다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횟수가 늘어나 날마다 술을 마시면서 의부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은 회사 프로젝트 때문에 팀원들과 밤새 사무실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아내가 취한 목소리로 전화해서는 ‘어떤 년이랑 있느냐’, ‘왜 전화를 늦게 받느냐’ 등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술주정을 해댔습니다. 그리고 30분에 한 번씩 전화해서 주변의 다른 사람을 바꾸라고 소리를 질러 어찌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이러한 일로 아내와 다툼이 잦아져 한번은 대화를 하고자 동네 삼겹살집에 갔습니다. 마침 단골집이라 사장님과도 친하고 부모님을 도우러 자주 나오는 사장님 딸과도 안면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사장님 딸이 가게에 있다가 저를 보고 인사를 하니 아내가 ‘네놈이 저년하고 눈이 맞아 이 집에 왔구나. 그년이 살살 웃어주니까 좋으냐’며 억지를 피워 서둘러 사과를 하고 나온 적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아내는 술만 마시면 저를 의심합니다. 제가 바람을 피운 적도 없고 아내를 만난 뒤로는 연락하는 동기 여자 친구 하나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저를 의심하는지 미칠 노릇입니다. 아마 장인어른과 형님의 외도를 봐와서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그만 아빠와 헤어지라는 아이들
♀김은희(65년생, 가명) ♂박종복(59년생, 가명)
결혼 27년차
She said...
쪾결혼 초부터 잦은 음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남편
쪾남편의 상습적인 외도로 시댁 식구들조차 이혼을 권유함
1985년에 결혼해 현재 25세, 23세의 두 딸을 두고 있는 주부입니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저는 평생을 식당 주방이나 건물 청소부 등으로 일해야 했지만 아이들을 보는 낙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습니다.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동안은 어린 아이들 때문에 참고 또 참아왔는데 이제 다 큰 아이들이 그만 엄마의 인생을 찾으라며 헤어지라고 하네요.
남편은 결혼 초부터 음주가 잦았습니다. 그런데 술만 마시면 평소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일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제가 직장에서 일이 늦게 끝나면 분명 미리 전화해서 사정을 말했는데도 남편은 술을 먹고 손찌검을 일삼았습니다. 심한 폭언과 폭행 때문에 112에 신고해 경찰의 도움을 요청한 것도 수차례입니다. 게다가 남편은 세 번이나 음주단속에 적발됐고, 2007년에는 술에 취한 채 자해를 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정말 황당한 건 그런 사실을 남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지나친 음주 습관뿐 아니라 남편은 상습적으로 외도를 해왔습니다. 저에게 들킬 때마다 용서를 빌며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꾸기를 반복했지만 최근에도 어떤 여자한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 이를 아이들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바람기는 시댁 식구들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시동생이 ‘형하고 같이 사는 형수가 신기하다. 좋은 남자 소개해줄 테니 형이랑 이혼해라’는 말을 다 했을까요. 이젠 정말 제 인생을 찾아 행복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두 달 내리 술독에 빠져 사는 남편
♀정연미(67년생, 가명) ♂신진훈(61년생, 가명)
결혼 3년차
She said...
쪾결혼 전부터 알코올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남편
쪾결혼 2년째부터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해 한 달 내리 마시기도 함
쪾술에 취하면 손찌검을 하고 의처증이 심해짐
저와 남편은 같은 직장에서 만나 사귄 지 3개월 만에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둘 다 나이가 많아서 결혼을 서둘러 했습니다.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남편은 술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알코올중독으로 2년 전부터 단주모임에도 나가고 병원 치료도 받는 등 노력을 하면서 술을 끊었다고 하더군요. 중독이라는 말에 조금 망설였지만 지난 2년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동거 한 달 만에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저는 남편이 왜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는지 알 수 있었죠. 남편은 보통 남자들처럼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아예 모든 일을 접고 오직 술만 마셨습니다. 1년에 두 번 정도 두 달 내내 쉬지 않고 술을 마셔댔는데, 돈이 없으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물론 남한테 돈을 빌려서까지 퍼마시더군요. 더 이상 빌릴 곳이 없고 수중에 한 푼도 없을 때는 동네 마트에 쌓아둔 빈병까지 핥으며 술을 찾았습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음주운전 사고 및 뺑소니로 남편의 운전면허가 취소됐습니다. 일용직을 전전하던 남편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 그동안 배송일을 해왔는데 면허 취소로 그나마 하던 일까지 못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엄청난 벌금과 합의금을 내기 위해 제가 그동안 푼푼이 모아온 적금까지 해약해야 했지요.
이뿐 아니라 남편은 술만 마셨다 하면 난폭해지고 의처증까지 보였습니다. 한번은 제가 일 때문에 지방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어요. 원래는 당일 일정이었는데 일이 늦어져 하룻밤 묵게 되어 남편에게 상황 설명을 했더니 그때는 흔쾌히 허락하더군요. 다음 날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술에 취한 남편이 저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려 귀가 찢어지고 손목에 피멍이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친정에 전화해서는 ‘마누라가 언놈하고 외박을 하고 왔다. 칼로 찔러 죽일 테니 그렇게 알라’며 협박을 했습니다. 남편의 전화에 너무나 놀란 친정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한 뒤 집으로 찾아왔고 전 부랴부랴 친정집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동안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행복한 척 지냈는데 이 사건 이후로 부모님도 하루빨리 이혼하라고 하십니다.
최강현 원장의 Solution
부부 사이에 ‘술 한잔’은 때론 관계 개선을 하는 데 좋은 매개체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파탄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곤 합니다. 대부분 후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지요. 연애할 때는 사실 상대방의 음주 스타일을 잘 알지 못합니다. 자주 마신다고 해도 다음 날 업무를 생각해서라도 막무가내로 술을 퍼마시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결혼을 하면 더 이상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본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게 되죠. 그동안 잘 보이려고 술 마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도 마음껏 술을 마시게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매일 술 마시는 남편 또는 아내가 당신 옆에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내들은 술 마시는 남편에게 ‘적당히 마시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술을 마셔본 사람들은 알 테지만 그 ‘적당히’를 지키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나마 결혼 전 술을 즐겼던 아내라면 조금은 이해하겠지만, 술을 전혀 입에 대지 못하는 아내는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늘 부부싸움이 일어나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에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남편이 아닌 아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남자도 마시는데 여자라고 왜 안 되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요. 물론 여자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아내들의 경우 상당수가 ‘중독’ 수준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원인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죠. 남편들의 음주는 그야말로 ‘습관’인 경우가 많지만, 아내들의 음주는 ‘배우자에 대한 불만, 외로움’의 영향이 큽니다. 따라서 술을 많이 마시는 아내를 둔 남편이라면 음주 자체를 타박하기보다 왜 아내가 술을 마시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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