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현 원장이 직접 만나본 위기의 부부들 이야기
CASE 8
무관심
자고로 비난보다 더 상처가 되는 게 ‘무관심’이다.
관심이 없으니 배우자가 뭘 해도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는
부부가 함께 살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당신, 왜 결혼했니?
♀강민경(65년생, 가명) ♂김현식(61년생, 가명)
결혼 22년차
She said...
쪾결혼 후 인턴,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집안일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남편
쪾며느리에게 모든 일을 시키는 시어머니
남편과 저는 1988년 3월 중매로 만나 4개월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당시 부산에 있는 의대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남편은 저를 만나기 위해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오며 저한테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무척 잘했습니다. 그의 마음이 진실하다고 생각했고 한창 공부해야 하는 시기라 양가 어른들이 빨리 결혼하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지요. 특히 시부모님은 ‘결혼하면 집과 병원을 차려줄 거다’, ‘현식이가 음식을 잘하니 살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걱정하지 말고 둘만 행복하게 살아라’고 말씀하시며 저희의 결혼을 재촉하셨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은 ‘왜 결혼했을까’ 싶을 정도로 가정에 무관심했습니다. 공부한다고 하면서 매일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1989년 인턴 생활을 할 때는 1년 중 집에 들어온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인턴 생활을 하면 대부분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산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다 당시 임신한 몸이라 서울 친정집에서 지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을 꺼냈더니 ‘서울서 나 몰래 딴 남자 만나려고 하느냐’며 부산에서 지낼 것을 강요했습니다.
이후 인천의 한 병원에 자리가 나 이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인천 역시 낯선 지역이라 저는 늘 외로웠습니다. 남편은 ‘바쁘다’는 이유로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많아 늘 혼자 지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남편이 1996년에 갑자기 선배가 운영하는 지방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하고는 훌쩍 내려갔습니다. 그러고는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들을 봐야 하니 데리고 내려오라’고 해서 저는 매주 아이들을 데리고 지방으로 가 남편이 기거하는 집의 청소와 빨래, 음식을 해줘야 했습니다. 당시 남편은 바쁜 과정이 모두 끝난 상태라 주말에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올라와도 되는 상황인데도 가족이 모두 자신에게 맞춰 움직여주기를 원했습니다. 한번은 아이들과 내려가 남편이 집에 없어 전화해보니 서울에 학회가 있어서 올라왔다는 겁니다.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남편은 학회가 끝난 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서울의 한 여관방에서 잤다며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2000년에 병원을 개업한 남편은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평일에는 병원, 주말에는 골프를 치러 다니느라 더욱더 가족에게 무관심했습니다. 병원에 관한 일을 물어봐도 일절 말해주지 않고 가족들이 병원에 오는 것조차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의 수입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제대로 생활비를 가져다준 적도 없고,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말하면 ‘돈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댁 식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이 있을 때면 며느리가 다 하라는 듯 저에게 모든 집안일을 맡겼습니다. 그렇게 바쁠 때 시부모님이 아이들이라도 봐주시면 좋으련만 당신들 힘들다며 그것조차 하지 않으시더군요. 이처럼 저는 결혼생활 내내 ‘일하는 아줌마’ 취급만 당했습니다. 이 남자, 왜 결혼한 걸까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는 남편
♀김해린(86년생, 가명) ♂이수형(81년생, 가명)
결혼 4년차
She said...
쪾실수로 임신해 결혼한 뒤 친정에서 생활
쪾적은 생활비로 자기 꾸미기에만 열 올리는 남편
쪾딸을 귀찮아하고 함께 놀아주지 않음
저와 남편은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남편은 군복무 중이었고 저는 학생으로 둘 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됐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됐죠. 저희 둘 다 아직 어린 나이라 경제적으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결혼 후 계속 친정집에 살아야 했습니다.
제대 후 남편은 헬스 트레이너로 일했습니다. 월급이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였는데 대부분을 생활비가 아닌 자기 치장을 하는 데 쓰곤 했습니다. 결혼 전에도 패션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던 남편은 결혼 후에도 여전히 고가의 옷과 가방을 사들여 정작 아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친정 부모님께 의지해야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편이 그렇게 외모에 신경쓴 이유는 헬스장에 오는 여자 고객들 때문이었더군요. 실제로 고객 중 한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헬스 트레이너는 자기 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도 남편은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고 그때마다 일방적인 부부관계를 강요했습니다.
분가를 한 뒤에는 남편과 더 멀어졌습니다. 그야말로 한집에 같이 살기만 할 뿐 부부로서의 공감대는 전혀 없었습니다. 남편은 퇴근 후 집에 오면 작은방에 들어가 문까지 걸어 잠그고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제가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딸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내면 ‘왜 나한테 아이를 보내냐, 화내기 전에 빨리 데려가라’며 성질을 부렸습니다. 아무리 원치 않는 임신이라 해도 자기 자식한테까지 무심하게 대하는 남편과는 더 이상 함께 지낸다는 게 무의미합니다. 딸에게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아빠는 없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최강현 원장의 Solution
이혼 부부의 공통점은 무관심, 대화 단절, 섹스리스입니다. 최근 모 방송의 댄스를 통한 부부 솔루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그들은 소위 ‘투명인간 부부’였습니다. 이런 경우는 상대에게 무관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성적 취향, 대화법, 취미활동 등 여러 가지 솔루션을 제안해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합니다. 서로를 무시하고 무관심이 지속되면 동거인 부부, 섹스리스 부부로 이어져 결국 파국을 맞게 됩니다. 참고로 ‘투명인간 부부’는 솔루션 결과가 좋아 부부 관계가 회복되고 1등 부부로 선정되어 상금까지 받았습니다.
이번 사례인 김해린·이수형 부부는 서로간의 부족한 대화가 무관심으로 이어진 경우인데요. 이러면 상대의 생각 또한 알 수 없게 되어 오해를 부르게 됩니다. 아내는 임신으로 인해 남편이 원치 않는 결혼을 했고 그 때문에 아이한테까지 매정하게 대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혹시 이 같은 생각 또한 대화 부족으로 남편의 마음을 읽지 못해서 생긴 오해가 아닐까 싶은데요. 남편 역시 아내가 원치 않는 결혼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떤 이유에서든 아내가 정말 현재 상태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본인의 진짜 고민과 생각을 남편에게 이야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부부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화를 해야만 남편의 진심을 알 수 있습니다. 단, 일방적인 불평이나 투정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가정을 지키고 싶고, 남편과도 연애 시절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분명히 표현해야 합니다. 그냥 또 한 번의 말다툼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쑥스러움이나 자존심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한 번이라도 진정성을 담은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게 해결책을 찾는 첫 단계가 될 수 있으니까요.
대화에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남편이 술을 즐긴다고 하니 맛있는 안주와 함께 술자리를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요? 술 한잔을 나누며 대화를 나눌 때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터뜨리며 서로를 탓하는 건 금물입니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담긴 말로 시작해야 합니다. 짚어야 할 문제점이나 어려운 부분은 대화가 잘 이루어진 뒤에 차근차근 풀어나가도 늦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아내가 가장 걱정하는 아이와 아빠와의 애착관계도 자연스레 잘 형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모와 애착이 잘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후에 성인이 됐을 때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도 이 점을 꼭 유념해두어야 할 겁니다. 무엇보다 결혼을 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가 바로 아이 아닌가요? 그런 만큼 아버지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기를 바랍니다.
엄마 아빠와 아이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애착은 자연스레 생기겠지요.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기 시작했다면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만드는 게 좋습니다. 최근에는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놀이 프로그램이 많으니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와도, 부부간에도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시콜콜 대화가 많을수록 정서적 공감대가 돈독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오늘 맛있는 안주를 준비해 남편과 꼭 술 한잔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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