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현 원장이 직접 만나본 위기의 부부들 이야기- 외도 & 의심

최강현 원장이 직접 만나본 위기의 부부들 이야기

CASE 3

외도 & 의심

 

부부 사이의 가장 큰 위기는 바로 믿음에 대한 확신이 사라질 때다.

이러한 상황은 배우자가 외도를 했을 때 가장 많이 빚어진다.

한 번의 외도는 배우자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어 더 이상

부부 사이가 유지되기 힘들게 한다.

 

5년간 두 집 살림, 가정에 소홀한 남편

♀민재영(71년생, 가명) ♂김태현(61년생, 가명)

결혼 17년차

She said...

쪾남편이 5년간 다른 여자를 만남

쪾내연녀에게 돈을 주느라 정작 가족의 생활비는 신경쓰지 않음

저는 남편과 열 살 차이가 납니다. 1994년 여름휴가 때 강원도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도중에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그 지갑을 남편이 찾아주었고 이를 계기로 교제를 시작해 3개월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교제 기간도 짧아서 집안에서 반대를 많이 했지만 그때만 해도 전 남편을 ‘인연’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부모님을 설득해 결혼까지 한 겁니다. 하지만 남편은 우리 부부 사이의 신뢰를 깨버렸습니다.

제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건 2008년입니다. 당시 남편은 친형 공장에서 근무했는데 공장 이전과 관련해 500만 원의 보상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마침 남편의 카드 결제 때문에 통장 정리를 해야 했는데, 통장 내역을 확인해보니 남편이 정00라는 사람에게 매달 300만 원씩 보내준 기록이 있더군요. 제가 남편에게 이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남편은 자기 허락 없이 통장 정리를 했다며 불같이 화를 내서 더 이상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처음 보는 번호로 ‘00역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태현 씨가 많이 취해서요’라는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바로 전화해보니 바로 그 정00라는 여자였고 남편은 만취 상태였습니다. 너무 황당했지만 우선 남편을 집으로 데려오고 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그 여자를 집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그 여자는 너무나 당당하게 2003년부터 남편과 교제해왔다고 말하더군요. 그동안 제 남편이 ‘아내와는 모든 관계가 끝났으며, 단지 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고 있을 뿐’이라고 말해왔다는 거예요. 그리고 2008년부터 남편이 그 여자의 생활비를 책임지겠다며 매달 300만 원씩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그 여자와 이야기하다 보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최근 생활비조차 제대로 준 적이 없었거든요. 생활비가 떨어졌다고 하면 “여자가 살림을 어떻게 하길래 맨날 돈이 없다는 거야? 원래 남자가 주는 대로 거기에 맞춰 사는 거야”라며 윽박지르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전 쪼들리는 생활비를 아끼고 또 아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내연녀에게 돈을 보내기 위한 꼼수였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를 뿐입니다.

 

남편 과거에 집착하는 아내

♂서상완(72년생, 가명) ♀강은정(76년생, 가명)

결혼 10년차

He said...

쪾우연히 옛 애인의 편지를 본 뒤 의처증을 보이는 아내

쪾술 마시고 귀가가 늦어지면 문을 열어주지 않음

쪾사위의 뺨을 때리는 처갓집의 횡포

저와 아내는 2000년 후배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2년간 연애하면서 아내의 성격이 예민하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일례로 연애 시절 아내와 술자리를 갖던 중에 남자들의 룸살롱 접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내가 저에게 룸살롱에 가본 적 있느냐고 묻더군요. 저는 클라이언트와 부득이하게 룸살롱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다들 품위가 있어 퇴폐적으로 노는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본 적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 아내는 잡지사 기자로 다양한 정보를 접했던 터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아내는 제가 업무상 약속이 있다고 하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어디에 있는지 자꾸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통에 클라이언트와의 자리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보통 여자라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아내와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2002년 결혼을 하자마자 아내는 희귀 알레르기 병 때문에 쉬어야 한다며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집에 있으면서 아내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아침을 챙겨 준 적이 없었습니다. 시댁에 가는 것조차 힘들다는 핑계로 미루곤 했죠. 그러다가 추석을 맞아 시댁에 내려갈 때에도 싫은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우연히 저의 본가에서 제가 예전에 사귄 여자의 편지를 보게 됐습니다. 미리 정리하지 못한 건 제 불찰이지만 일부러 보관하려고 챙겨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이를 계기로 제가 과거에 사귀었던 여자에 대해 추궁하며 끊임없이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자의 신상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개인 홈피까지 찾아내 사진을 다운로드해 집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두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며 제 반응을 살폈습니다.

또한 제가 클라이언트와 약속 때문에 귀가가 늦어지는 날이면 ‘혹시 그 여자 만난 거 아니냐’는 둥 의심하며 제 지갑을 뒤지고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검사할 뿐 아니라 제 차까지 뒤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말다툼이라도 하게 되면 ‘내가 그년이라면 그런 식으로 말했겠느냐’, ‘네가 기분 나쁘게 그년과의 일을 떠오르게 해서 열 받아 그런다’는 식으로 억지를 부렸습니다.

심지어 술자리가 길어져 제가 새벽에 들어가는 날이면 현관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으면서 친정과 시댁에 전화를 걸어 제가 외박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 바람에 바로 옆 동에 사시는 장모님이 득달같이 달려와 저에게 욕설을 퍼붓고 한번은 제 뺨까지 때렸습니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도 있는데 아무리 저를 막 대한다 해도 명색이 사위한테 손찌검까지 한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내의 끊임없는 의심도 더 이상 참지 못하겠습니다.

 

주말부부를 핑계로 외도

♀한혜원(68년생, 가명) ♂김지훈(59년생, 가명)

결혼 25년차

She said...

쪾동거녀와 함께 살게 해달라며 애원하는 남편

쪾며느리 행세하는 동거녀

전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나이차 많은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남편 직장이 서울에 있어서 신혼 때부터 주말부부로 지내게 됐어요. 결혼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을 때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지금 제 남편과 서울에서 같이 살고 있는 여자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아주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저는 첫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내려온 남편이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더라고요. 그 일 이후에 저는 돈을 빌려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편은 수많은 여자들과 바람을 피웠습니다. 한번은 ‘00와 사랑하는 사이다. 그녀와 사랑하다가 죽게 해달라. 애도 필요 없다’며 당당히 말하더니 2년 넘게 그 여자와 동거를 했습니다.

그 뒤에 남편은 뻔뻔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거의 매일 술에 취해 밤늦게 들어오고 이유 없이 저에게 폭언을 해댔습니다. 이때부터 저와 남편은 각방 생활을 하면서 부부관계를 거부해왔습니다. 한 지붕 아래 살고 있기는 하지만 남보다 나을 게 없었죠.

최근에 남편한테 또 여자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는 아예 자기가 부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거예요. 심지어 시댁에도 찾아가 며느리 행세를 하고, 남편은 아이들에게 그 여자를 소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미 2년 전부터 생활비를 주지 않는 상태였는데 현재 남편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라. 아무것도 줄 수 없으니 몸만 나가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생활비가 없어 카드로 아이들 학원비를 결제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면 ‘어디로 돈을 빼돌리느냐’며 난리를 쳤습니다.

제가 가장 서운한 것은 시댁의 태도입니다. 남편의 외도녀가 시댁에 출입하는 걸 막기는커녕 오히려 저와 아이들이 시댁에 가면 따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큰 상처를 받았어요.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만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최강현 원장의 Solution

우리나라는 배우자가 아닌 상대와의 부정행위를 ‘간통죄’라는 법률로 강력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간통죄는 건강한 혼인제도를 유지해 가정을 지키려는 국가의 최소한의 개입이지만, 개인의 사생활과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며 형벌 과잉이라는 논란이 일어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중입니다. 간통죄의 존폐 여부를 떠나 기혼자의 외도는 배우자에게 심한 정신적인 고통과 피해를 주기 때문에 법률혼 관계를 정리한 후 남녀 관계를 시작하는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민재영·김태현 부부의 경우 남편이 지난 5년간 외도를 했고 내연녀에게 매달 300만 원씩 생활비까지 준 사실을 들키고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이런 부부의 문제를 접하면 저는 참 갈등을 하게 됩니다. 자고로 부부간 행복의 최종 목적은 부부가 헤어지지 않고 함께 가정을 지키는 것이지만 외도 문제는 늘 고민이 됩니다. 특히 이런 경우는 용서하시고 가정을 지키라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질 않습니다. 배우자의 외도는 자녀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그냥 덮고 넘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지적하여 바꾸게 하거나 그게 안 된다면 단호한 결정으로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게 좋을 듯합니다. 자녀를 위해서도 그러는 편이 더 나을 수 있고요.

외도로 인해 서로 소원해지고 냉랭한 관계를 지속하다 보면 또 다른 오해와 불신을 낳게 마련입니다. 이 부부의 사례와 같이 외도로 인해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만 봐도 외도가 가정에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배우자의 외도는 참 복합적인 문제들을 불러옵니다. 만약 부인이 남편을 용서한다면 부부 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요?

사실 외도 후에 가정을 되찾은 부부들이 예전 같은 관계를 회복하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상대방으로 인한 상처가 치유되기까지 아주 많은 인내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힘이 들더라도 남편이 뉘우치는 기색이나 용서를 구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노력해볼 여지가 있을 테지만, 같은 남자로서 괘씸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이런 경우 남편의 간통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간통죄는 외도 상대와 성관계가 있다는 걸 요건으로 하므로 성관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간통죄가 성립됩니다. 다만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고, 배우자가 간통 사실을 이미 용서했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소를 할 수 없습니다. 이혼소송 제기도 간통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간통 사실이 있은 날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으니 이러한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간통죄는 존폐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간통죄 여부를 떠나서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것은 법률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남편도 문제지만 아무리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 해도 그 내연녀 역시 뻔뻔하기 짝이 없군요. 그야말로 한 가정을 파괴한 셈이니까요. 그렇다면 그 내연녀로 인해 잃어버린 5년을 보상받을 방법은 없을까요? 가능합니다. 불륜 상대방에게도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17년 동안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온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내가 느꼈을 그 고통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건 남편이 외도를 한 5년의 시간이 아닌 17년 결혼생활 전체가 한 번에 무너져 내리는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혹자는 용서가 가장 큰 복수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용서하는 자가 감내해야 할 고통 또한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지금 상황에서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부디 자신의 행복을 찾는 길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