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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내용 중 일부

부부생활백서 3- 부부는 한 팀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부부생활백서 3

부부는 한 팀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얼마 전 30대 부인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들 커플은 5년간의 연애 끝에 1년 전 결혼을 한 신혼부부였다. 한창 좋을 시기에 왜 이혼을 선택하게 됐을까? 사연을 들어보니 두 사람은 연애 5년 동안 단 한 번도 싸워본 적 없는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을 결정하자마자 싸움의 연속이었다.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싸우기만 한 날도 여러 번일 정도로 거의 매일 싸움이 계속됐다. 심지어 결혼을 그만두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연애 기간도 길었고 그만큼 애정도 깊어 헤어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도 여전히 싸움은 끝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바로 주변 사람들 때문이었다. 결혼 날짜를 잡은 뒤 양가 가족에게 인사를 한 뒤부터 불행해지기 시작했다.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처음 인사를 간 날부터 시댁 식구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며느리를 쉽게 대한다고 하지만 처음 인사를 하러 간 예비 며느리에게 차를 내오게 하더니 대놓고 과일을 깎으라고 하고, 심지어 너무나도 당연한 듯 설거지를 시키더란다. 게다가 남편의 여동생이 시어머니를 방으로 불러들이더니 한참 뒤에 나왔는데 분위기가 자기 험담을 한 것 같았단다. 결혼 전부터 편하게 대한다는 명목하에 예비 며느리를 파출부처럼 대하는 태도에 아내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정색을 하며 오히려 더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다음 날, 서로 기분이 상한 채 잠자리에 들었던 터라 여자는 아침 일찍 남자에게 전화를 해 서로 미안하다며 오해를 풀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바로 그 예비 시어머니였다. 여자는 최대한 공손하게 전화를 받았는데 시어머니는 어제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 내용을 그대로 알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우린 널 딸처럼 생각해서 그런 건데, 앞으로는 손님으로 극진히 대해주겠다’면서 ‘네 시누이도 언니가 생겨서 좋아했는데, 깍듯이 예의 갖추라고 말하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러한 일은 결혼 후에도 반복됐다. 아내가 남편한테 시댁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만을 이야기하면 어김없이 시댁 식구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정말 마치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은 양 너무나 생생하게 부부 사이에 오갔던 대화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 한동안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다 보니 더 이상 아내는 남편에게 시댁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전혀 말하지 않았고 결국 불만이 쌓이고 쌓여 화병까지 얻게 됐다는 것이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시댁과의 문제가 너무나 힘들어 이젠 그만 정리해야겠다는 게 아내의 결정이었다.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제3자의 개입으로 문제가 악화되거나 이혼까지 가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남편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시댁과의 문제 때문에 이혼하려고요”라며 이야기하는 여성들이 많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내와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처가 식구들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는 남편들도 많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아닌, ‘집안과 집안’이 맺어지는 중대사라고 말한다.

이번 사례의 부부도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여자와 남자의 가족이 서로 맞지 않았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고 형제니까 다 이해하고 사랑하라고 말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배우자와 내 가족 간의 문제가 생길 때는 무엇보다 ‘내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가족이기 때문에 내 아내, 내 남편도 무조건 내 가족을 소중히 여겨주길 원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섭섭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부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한 팀이란 걸 명심하고 연합군이 되어야 한다. 특히 시댁이나 처갓댁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내 남편, 내 아내’ 편을 들자. 부부를 중심으로 시댁이나 친정의 가족들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부부가 한 팀으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어야 다른 가족들을 붙일 수 있다. 부부가 함께하지 못하고 각자의 생각만 한다면 그 가족은 쌀알 흩어지듯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다.

 

가정법원에서 가사조정에 참여하면서 많은 갈등을 겪는 부부들을 만나 상담을 해보면 ‘나’, ‘자기’ 등 자신을 내세우는 표현을 많이 쓰는 걸 볼 수 있다. 남이 아닌 부부의 인연을 맺은 관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서로가 자기주장만 해댄다.

예를 들어 부부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취향, 선호도, 디자인, 가격 등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런 의견 차이로 부부싸움을 하다가 일방적으로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은 곧 결과에 대한 문제가 생기면 ‘네가 책임져라’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또한 남편이나 아내가 남들과 다투고 있을 때 설령 자신의 배우자가 잘못을 했을지라도 먼저 ‘내 남편, 내 아내’의 편을 들어주는 기지와 지혜가 필요하다. 시시비비는 집에서 단둘이 이야기해도 된다. 가끔 보면 싸우고 있는 현장에서 ‘당신이 잘못했잖아’라고 면박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부부 사이의 신뢰가 깨지면서 큰 상처로 남는다. 따라서 처갓집이나 시댁 문제, 고부갈등 등 어떠한 문제라도 부부는 한 팀이 되어 팀워크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