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알아야 할 ‘행복한 부부 관계’의 비결
아내가 남편에게 원하는 것
부부 문제와 관련한 임상심리학자인 윈러드 하리 박사는 배우자를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가 남성과 여성이 각각 다르다며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부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 내용들은 하리 박사가 부부 상담을 하면서 얻은 자료지만 그동안 필자가 강연, 상담,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라 소개하고자 한다.
설문 내용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채워줘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순위를 정해 5가지를 적도록 했다. 먼저 아내가 남편이 채워줬으면 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자.
첫째, 자상한 태도와 지속적인 애정표현을 원한다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의 애정표현을 강하게 바라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사랑한다’ 혹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데, 무엇을 통해서 이러한 욕구가 만족되는지 잘 알아야 한다.
여성은 상냥한 말투, 로맨틱한 대화, 포옹, 스킨십, 선물, 꽃다발이나 사랑의 카드 등 눈에 보이는 형태의 것으로 애정표현을 인지한다. 남성은 애정표현이라면 즉각 섹스를 떠올리겠지만, 여성은 아무리 열렬하고 진한 사랑이라도 섹스만으로는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부부 모두 성생활에 만족하기를 원하지만 여기에는 남녀의 차이가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애정과 성관계의 비율이 7:3 혹은 8:2 정도다. 애정, 즉 정신적인 사랑의 증거를 항상 갈망하는 것이다. 참고로 남성의 경우는 정반대다.
여성의 심리 중에서 남성들이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바로 이런 욕구다. 남성들은 이런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혼하고 나면 결혼 전에 하던 애정표현을 하지 않게 된다. 결혼 전에 남편이 해주던 다정한 말이나 로맨틱한 사랑 표현을 받지 못하는 아내는 남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좋은 감정을 점점 잊어버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부부 관계는 대화가 없어지고 냉각되어버리는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이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남성이 결혼한 후에도 계속해서 사랑의 표현을 전달해야 한다. 로맨틱한 말이나 다정한 태도로 사랑을 전하려는 노력 없이는 부부 사이가 좋아질 수 없다.
부부의 대화 중에 “자기 나 사랑해?”라고 질문하는 아내에게 “그걸 늘 말로 해야 아나?”라든가 “어제도 사랑한다고 말했잖아”라고 답하는 남편에겐 이렇게 말해보자. “당신 어제 아침밥 먹었는데 왜 또 오늘 아침에도 밥 먹어?” 사랑은 살아있는 것이라 계속적인 양식이 필요하다. 시각이 예민한 남성들과는 달리 청각에 예민한 여성들은 달콤하고 자상한 말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최근 여성의 외도율 증가와 원인 또한 당사자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남편의 관심과 애정표현의 부재가 그 원인이 되고 있다.
둘째, 대화의 짝이 되어주길 원한다
부부간에도 말을 들어주지 않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화를 해도 ‘그래서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내에게 “결론만 말해”라고 잘라 말하는 남편이 있다. 하루 종일 남편과의 대화를 기다렸던 아내에게 남편의 이 한마디는 그야말로 관계에 선을 그어버리는 셈이다. 남편은 결과가 중요하지만 아내는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남녀의 대화 속도는 절대 같을 수가 없다. 아내는 남편에게 어떠한 결정을 해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아내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은 응대만 해줘도 행복해한다.
결혼 전 데이트할 때만 해도 남자는 서로에게 상당히 신경을 쓰면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때는 아무리 말없는 남자라도 이야기도 잘하고 무슨 말이라도 들어주니 여자는 즐거웠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완전히 대화가 없어졌다. 남편은 집에 돌아와서 침묵만을 지키며 혹시라도 말을 붙이면 무뚝뚝하게 간단히 대답한다. 이제 결혼을 했으니 남자는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며 남성 특유의 대화법으로 돌아가지만, 이런 점은 아내가 불만을 갖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대화 능력에 차이가 있고, 대화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남편이 아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부부 관계를 원만하게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남편은 아내의 말에 집중하고 장단을 맞춰주는 것이 첫째이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그다음이다.
셋째, 신뢰할 수 있는 성실한 남편을 원한다
부부 상담을 할 때 많은 아내들이 이야기하는 불만 중 하나는 ‘남편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상대적인 느낌일 수 있다. 자기는 어떤 것이든 남편과 다 공유하고 있는데 남편은 전혀 자기 얘기를 하지 않으니 왠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부부라면 뭐든 비밀이 없어야 하는데 남편은 비밀투성이인 듯하니 더 속이 상하는 것이다. 여성은 남편이 자기에게 아무것도 숨기는 것 없이 100% 신뢰할 수 있는 믿음을 주길 원한다.
하지만 남성은 업무나 인간관계 등 문제가 있으면 혼자 해결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해결되거나 결정된 뒤 주변인에게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한다. 반면에 여성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결과에 도달한다. 또 언짢은 기분이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면서 풀어내는 게 여성이다. 이런 습성을 가진 여성이기에 자신과 전혀 반대인 남성의 태도에 섭섭함을 느끼는 것이다. ‘나를 믿지 못하는 걸까?’, ‘말 못할 비밀이라도 있나?’ 하면서 남편의 침묵에 아내는 끊임없이 불안해한다. 그러니 남편은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답을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함께 대화하면서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똑같은 조건의 남성 중 결혼 상대로 성실한 사람을 택한다. 성실한 남성은 왠지 자신을 굶기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여성들은 남편으로서 모습도 중요하지만 후에 자녀에게 어떤 아버지의 모습으로 비춰질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넷째,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남편을 원한다
여러 사례에서 봤듯이 ‘생활고’ 때문에 이혼하는 부부가 매우 많다. 연애라면 사랑만 있으면 되겠지만, 결혼은 일생 동안의 생활이 걸려 있기 때문에 간단하지가 않다. 따라서 여성은 ‘이 남자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점을 고려한다. 나이가 어느 정도 찬 여성들이 독신을 선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렸을 때는 오직 ‘사랑’만 바라봤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주변 여건을 살펴보면 ‘경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남성이라면 당연히 결혼 후 아내와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제적 어려움에 맞닥뜨릴 수 있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서로가 불안해지고 상대를 비난하거나 불만이 많아져서 결혼생활 자체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부부간에 금실이 좋은 것이 가정을 지키는 데 중요한 힘이 된다.
갑자기 실직을 당했다면 솔직히 사정을 밝히고 부부가 힘을 모아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남자들이 잘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여성들이 의외로 위기에 강하다는 사실이다. 한없이 연약해 보이던 아내가 위기의 순간에는 더 현명하게 극복해나가곤 한다. 물론 남편이 아내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해당되는 얘기다.
몇 년 전 한 친구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한때 큰 회사를 운영하며 소위 잘 나가던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것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장례식장에서 들어보니 갑자기 경제적인 사정이 나빠져 사채 빚을 끌어다 썼는데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정도까지 됐다는 것이다. 친구는 혼자서 끙끙 앓으며 고민하다가 결국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친구의 아내는 장례 기간 내내 “한마디 말이라도 하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말처럼 친구가 ‘힘들다’는 고백과 함께 먼저 아내에게 손을 내밀었더라면, 아니 그 전에 회사 운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공유했더라면 이런 끔찍한 선택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있는 것이 좋고 이왕이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돈’이다. 특히 가정을 유지하는 데 ‘돈’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
다섯째, 집안일에 관심을 가지고 자녀·처갓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남성의 인식이 많이 변화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육아는 전적으로 여성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있다. 특히 여성이 전업주부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물론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건 당연하고 아이에게도 매우 좋다. 하지만 엄마만이 아이에게 모든 것을 충족시켜줄 수는 없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있고,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 실제로 아이들은 엄마에게서 따뜻함, 배려, 봉사, 수용 등을 익히고, 아빠에게서는 강인함, 리더십, 포용력, 자기주도적 사고 등을 배운다. 특별히 이러한 부분을 가르쳐준다기보다는 남성과 여성이 지닌 습성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가 이를 자연스레 익히는 것이다. 그러니 아빠는 하루 종일 직장일로 피곤하더라도 집에 오면 잠깐이라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거나 게임 상대가 되어주고 산책도 함께 하자. 조금만 부지런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만약 맞벌이 부부라면 남편의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연히 가사를 분담해 아내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 ‘함께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 부부의 금실지수를 높이자.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집 안 청소, 설거지 등을 수시로 도와주는 게 요즘 시대의 흐름이며 당연한 임무다.
또한 아내는 남편이 처갓집에 관심을 가져주길 원한다. 대다수의 아내들이 말하길 이상하게 남자는 결혼만 하면 효자가 된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남성들은 결혼 전에는 실컷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부모에게 결혼하면 안 그러겠다고 약속을 한다. 이러한 결심이 처갓집에도 해당된다면 무슨 문제가 있으랴. 하지만 이상하게 남자들은 이러한 원칙을 ‘자기 집’에만 한정하며 총각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려고 한다. 심지어 시댁에는 매주 찾아가고 하루가 멀다 하고 안부 전화를 하라고 말하면서, 처가에는 1년에 딱 두 번인 설, 추석 명절 때도 잘 안 찾아가는 사위들이 수두룩하다.
남편들이여, 자신이 효자가 된 만큼 아내도 효녀가 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특히 아이를 낳으면 아내들은 더욱더 효녀가 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시댁에 한 번 가면 처가에도 한 번 가자. 자신의 부모님과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면 장인 장모와도 맛난 음식을 먹으러 가는 거다. 아주 사소한 일로 아내는 크게 감동할 수도, 크게 상처받을 수도 있다. 필자 역시 자녀의 양육 문제로 처갓집의 많은 도움을 받았으며 늘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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