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00(36세, 결혼 10년 차) 신혼 초 우리는 캠퍼스 커플에 동갑내기라 친구에서 부부가 되어 서로 기를 먼저 꺾으려고 많이 싸웠다. 집들이 순서 문제로 누구 가족부터, 누구 친구부터 부를지 등등으로 시작해 서로 양보하지 못하고 주장하다 싸우고, 집들이나 모임으로 인한 잦은 음주 탓에 많이 싸웠다. 둘 다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집들이 때는 이성을 잃고 마셔대고 결국 술 때문에 실수를 했다.
한번은 신랑만 따돌린 채 집에 온 시누이들과 셋이서 술을 마시며 신랑 흉을 봤더니, 결국에는 자존심 세고 독불장군인 신랑이 술판을 엎어버렸다.
우리 셋(시누이 둘, 나)은 힘을 합쳐 강력하게 대응한 후 이 남자를 거세게 몰아쳤지만, 그것이 결국 불행의 시작이었다. 조선시대 상남자인 신랑은 3개월 만에 신혼집을 빼서 시댁 근처 지방으로 이사를 하는 강경책을 택했다.
신혼집은 전세를 주고 00아파트에서 2년간 생활. 결국 난 친구도 가족도 하나 없이 논두렁과 산밖에 안 보이는 그곳에서 우울증에 시달렸다. 아이도 없는 데다 TV도 정규 프로만 나오고 인터넷도 없어서 정말 원시인처럼 생활했다. 베란다 너머 산 구경을 하다가 근처 사는 시댁에서도 많은 동정을 받았다.
남편은 철없고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그런지 친구를 무지 좋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먹고 다녔다. 나는 임신한 뒤 하루 종일 남편만을 기다리는 게 일이었는데 신랑은 매일 술 마시고 안 들어오기 일쑤였다. 임신 8개월에는 개구리 잡아서 몸보신을 시켜준다고 아침 11시에 나가더니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연락이 두절되어 정말 실종된 줄로만 알았는데 아침에 들어왔다. 정말 너무 화가 나서 집에 있는 물건을 다 던지다가 조산할 뻔했다.
그때 얻은 교훈은 무조건 착한 척해야 한다는 것. 착한 척으로 시댁의 신용을 얻은 나는 착하고 잘 참는 며느리로 각인되어 시댁 어른들은 무조건 내 말만 믿으신다. 일단 착한 척하고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것. 그리고 뒤에서 할 말 다하고 남편을 휘두른다.
우리는 정말 평생 싸울 걸 다 싸워봐서 이제는 안 싸운다. 결혼 10년 차, 서로 성격을 너무 잘 알다 보니 한 명이 흥분하면 한 명이 무시하거나 참아준다. 대신 다음 날 뒤집어주기! 그날 같이 그러면 손해라는 걸 안다. 너무 싸워 정말 밉고 이혼까지도 수천 번 생각했지만, 미운 정도 정인지 연민이 느껴질 때가 있다. 크게 싸울수록 그때는 많이 밉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서로 표현을 안 해도 더 이상 똑같은 문제로 싸우지 않는다. 서로 너무 잘 아니까 가까울수록 이제는 조심하게 된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부부 싸움은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고, 많은 부부들이 부부 싸움을 하고 산다. 부부 싸움의 정도와 횟수가 문제인 것인데, 본인만 불행하다고 느끼지 말고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추억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언론에 보도된 ‘연령별 부부 싸움의 원인’을 보면 20대는 경제적인 원인, 30대는 육아 및 자녀교육, 40대는 서로를 무시하는 태도, 50대는 개인의 가치관으로 나타났다.
부부 전문가 입장에서 말하자면 부부 싸움에는 승자와 패자가 없고,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본다. 따라서 행복한 부부가 되어 살고 싶다면 상대의 차이와 단점을 인정하고 조화와 양보를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참고로 남성들은 원시의 사냥하던 시대부터 내려온 유전적인 DNA에 지기 싫어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사안에 따라서는 주부들이 알면서 져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부 싸움 Tip 배고플 때 부부 싸움을 하지 말자 ! “부부 싸움, 배고플 때 하면 더 공격적” 부부 싸움을 할 때 저혈당 상태라면 더 화를 내고 공격적 성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팀이 107쌍의 부부에게 21일간에 걸쳐 아침 식사 전과 취침 개시 전의 혈당치를 추적하게끔 하면서, 인형과 함께 핀 51개를 주고 배우자에 대한 감정이 나쁠 때 배우자 몰래 인형에 핀을 찌르도록 해 혈당치와 핀의 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저혈당일수록 분노 강도가 높아 인형에 꽂힌 핀도 많았다”며 “평소 부부 관계가 원만한 경우에도 혈당이 낮으면 분노를 표시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남편을 화나게 하는 말 어쭈구리, 병신, 웃기고 있네, 놀고 있네, 그래 너 잘났다, 당신 어머니,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술 좀 그만 먹어 - 지난 일(실수)을 이야기할 때
최강현 원장은… 부부행복연구원 원장, 의정부지방법원 가사조정위원, 경찰청 정책자문위원, 경기대 외래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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