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년 차 이상인 50~70대 부부들의 황혼기 이혼율이 전체 이혼율의 25%를 차지하며 계속 상승하고 있어 황혼기의 생애주기별 부부교육이 아주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남성의 입장에서는 황혼이혼 시기가 직장 퇴직 후 또는 막내 출가 후에 급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이웃나라 일본의 황혼이혼 문화인 ‘나리타공항의 이별’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내가 참고 참으며 살다가 힘없고 능력 없어진 남편을 용도 폐기하는 셈으로 이미 일본에서는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한 지 오래다. 또 다른 황혼이혼의 증가 원인은 ‘백세 시대’라는 수명의 연장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상담 중에 만난 5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지금까지는 참고 살아왔지만 남편의 퇴직 후 또 30년을 이렇게 살 수는 없어서 이혼을 결심했노라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가정에서 돈 버는 기계이자 하숙생으로 사회활동에만 전념해온 가부장적인 남편들이 퇴직 후 가정에 복귀하면서 부인과의 소통문제로 전쟁을 시작하고 결국은 이혼을 하게 된다. 이렇듯 이혼 및 사별로 인한 1인가구 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 415만 가구에 이르러, 우리나라 전체 1천730만 가구 중 단독가구가 24%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 수치는 OECD 국가 평균에 거의 육박한 것으로 국민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된다.
필자는 가정법원 조정위원으로서 많은 위기의 부부들을 접하며 남자가 노후에 행복한 삶을 살려면 첫째는 와이프, 둘째는 아내, 셋째는 마누라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황혼이혼을 원하는 노부부의 이혼조정에 참여해보면 이혼 후 남자와 여자의 삶이 확연하게 달라진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혼을 하면 여자에 비해 남자에게 더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자는 혼자가 되면 우울증이 증가하며, 잠자리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끼니며 빨래, 가사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생 사회생활과 경제활동만 했던 사람이 갑자기 집안일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남자가 노후에 행복하려면 이것만은 꼭 실천해야 한다.
첫째, 아내가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도록 남편이 도와주자. 아내의 장수와 행복은 남자의 삶을 위해 아주 중요하므로 가사 분담을 실천하고, 아내에게 수시로 애정표현을 하고, 평소에 꽃과 선물을 자주 해야 한다. 아내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넉넉히 줘라. 이혼을 하면 절반씩 나누어야 하니 남편 입장에서는 이렇게 인심을 쓰는 편이 오히려 남는 것일 수 있다.
둘째, 건강한 성생활을 즐기자. 필자는 강연과 상담 중에 ‘건강하고 규칙적인 성생활이 건강과 삶의 행복지수를 높인다’고 말하는데, 행복한 성생활이야말로 최고의 불로초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황혼친구 이벤트와 만남의 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년의 성을 위한 복지향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 역시 노년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정책을 통해서 건강보험 적자를 줄이고 사회적 치안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지금부터라도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는 습관을 실천하자. 대인관계, 부부관계에서 대화의 기본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맞장구쳐주는 태도다. 필자는 부부교육 강의 중에 “침묵은 금이 아니라 금이 가게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부부 사이에는 사소한 일이라도 자주 대화하는 습관이 중요한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돈 버는 기계인지 하숙생인지 모를 정도로 바쁜 사회생활을 하고 퇴직 후에야 가정에 복귀한다. 하지만 그때는 자식도 아내 편이고 평소 대화가 없다보니 부부간의 소통도 어려우며 오히려 부부 갈등의 원인만 될 뿐이다. 실제로 주부들과 상담을 해보면 남편이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고 ‘쓸데없는 소리 한다’며 무시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우울증까지 앓는 사례가 많다.
마지막으로 가정에서 가사 분담을 실천하자. 퇴직 후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가정의 주인인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고 가사 분담을 실천하여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도 가족친화적인 직장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무원, 공기업,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일·양육의 양립을 돕는 아버지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인구보건복지협회 남편교실, 건강가정지원센터 부부교육, 기업 및 금융기관 등에서 퇴직예정 아버지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강의를 하면서 요즘 남녀의 성역할 변화를 알려주고 그에 따른 가사 분담을 실천하도록 강조하지만, 일부이긴 하나 이를 등한시하는 남성들을 볼 때마다 그분들의 노후가 심히 걱정되곤 한다.
지식은 아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상대편이 바뀌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실천하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남자의 삶에서 노후의 아내 부재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일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최강현 원장은… 비영리법인 부부행복연구원 원장, 제주 건강과 성박물관 관장, 의정부지법 가사조정위원, 경찰청 정책자문위원, 경찰대학교 외래교수, 경기대학교 AMP 지도교수, 대한성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BS <부모> 특강. MBN <황금알>. MBC <여성토론 위드>. <생방송 오늘아침>. KBS <여풍 당당>. <생생 정보통>. SBS <좋은 아침>에 출연중이며, 부부행복 전도사 & 은퇴교육 전문가로 2014' 기업교육 명강사로 선정 되어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명쾌하고 열정적인 강의로 인기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