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칼럼] 방송에서 만난 위기의 부부 사례⑤
‘SOS 부부클리닉’ 사례
최강현 부부행복연구원장, 의정부지방법원 가사조정위원 등으로 활약하며 '부부행복 전도사'로 불리고 있다. 브라운관에서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여유만만(KBS)·생방송 오늘아침(MBC)·황금알(MBN) 등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족·부부관계에 대한 조언을 했다. 저서로는 <넌 웬수랑 사니? 난 애인이랑 산다> <최강현 원장의 부부행복 클리닉> 등이 있다. |
그들은 왜 '이혼'을 생각했을까?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보다는 개인의 삶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강해지면서 매년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사랑해서 결혼한 남녀가 왜 이혼까지 하게 됐을까? 이혼을 앞둔 부부 사이는 남보다 더 못하기 마련이다.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 결국은 가장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이 ‘이혼’이다.
싸움을 벌인 양쪽의 말을 들어보면 잘못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부부싸움만큼 잘못한 이가 없는 싸움도 없다. 명백히 잘못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의 이야기가 너무 달라 잘잘못을 따지기 힘든 부부도 많다. 그동안 만난 이혼 부부 사례를 소개하고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울증·무기력증에 빠진 아내 VS 외도·폭력이 일상인 남편
♀ “남편이 외도·폭력을 일삼아요”
결혼 후 산후우울증이 있었지만 심각하진 않았습니다. 처음 임신을 확인하고 태아에게 장애가 있음을 안 뒤에 남편과 상의해 지우자고 했지만 결국 아이를 낳았습니다. 출산 후 일을 하고 싶지 않았으나 남편이 진 빚이 너무 많아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학습지 방문교사로 일하게 됐습니다.
아이는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는데 남편은 병원비를 주기는커녕 마음껏 놀러 다니며 여자를 만나더군요. 그 여자의 아들 명의로 차를 사려고 해서 말렸지만 이미 구매한 상태였고 대책 없이 카드를 긁어대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이를 데리고 친정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얼마 뒤 남편이 이혼하자며 올라오라고 해서 상경하니 아이만 데리고 도망가 버리더군요. 남편 말처럼 길에서 아이를 때리거나 한 적은 절대 없습니다.
또 1년 6개월의 별거 끝에 남편이 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정신병원에 넣으려면 친정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했지만 그 당시 친정과 연락을 끊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정말 이혼하고 싶었지만 갈 곳이 없어서 이혼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남편은 폭력과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제가 다른 주부들에 비해 집안 살림을 잘하지 못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를 지적할 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낼 게 아니라 부드럽게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았어요. 항상 못한다고 구박하고 잔소리를 해대서 정말 싫었습니다. 제가 가끔 무언가 대답을 하면 늘 다투게 되니 아예 말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 “아내가 우울증·무기력증에 빠졌어요”
아이를 낳은 뒤 아내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는데 그걸 감당하기 힘들다 보니 이런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아내가 몹시 무기력해져서 아이를 돌보는 일도, 집안일도 다 제가 하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아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처가에서도 아내를 포기한 상태입니다. 처갓집은 처음부터 우리 식구를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장애아라며 더욱 싫어했습니다.
아내는 계속 집에 틀어박혀 지내며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피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저 역시 직장 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그저 하루 종일 TV만 봅니다. 가끔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면 의사가 한 얘기조차 저한테 전하지 않습니다. 물어봐도 대답이 없고 제가 화를 내도 아무런 대꾸가 없습니다.
한번은 아내와 보험설계사를 만나러 나간 적이 있는데 갑자기 지하철에서 내리더니 아기를 발로 차는 거예요. 그 광경을 본 보험설계사가 아내를 병원에 좀 데려가 보라고 걱정하더군요.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아이를 발로 차고 때려서 결국 경찰서에 신고했고 아내를 격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아내를 2개월 정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습니다.
또 아내는 처갓집이 있는 지방에 갔다가 올라와서도 우리 집에 안 오고 친구 집에 가서 잔다고 해서 알아보니 다른 남자가 있었던 것 같더군요. 지방에서 올라온 뒤에 보니 장인한테 맞아 멍든 곳이 있었는데 아내가 고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본인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실천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부부 사이에 대화가 전혀 없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 같습니다. 부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최강현 원장의 Solution
이 부부의 공통점은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우고 상대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대화 훈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아내의 정신건강을 위해 병원 치료를 우선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안 되다 보니 아내의 역할도 해나가기 힘들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남편의 스트레스 또한 높은 상태입니다. 최근 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으로 이혼조정에 출석해 보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수반한 부부갈등 사례가 증가 추세이며 급기야는 이혼하는 부부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부부가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부부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박지선 기자 jsbak@ppf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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