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심각한 불안 증세와 우울증으로 삶의 생기를 잃고 부부 관계에 대한 의욕도 없습니다. 남편에게 계속 짜증만 내게 되는데, 저에게 다른 문제가 있는 걸까요? 김○○(여, 53세)
결혼 전에는 대학 시절 교육 전공을 살려 학원 강사로 수입도 많았다.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과 1년간의 교제 후 결혼했다. 남편이 장남이고 공기업에 근무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없었고, 남편의 권고로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잘 살아왔다.
그런데 남편이 몇 년 전 동창회에 다녀온 후부터 태도가 달라졌다. “대학 동창의 부인이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자기 수입보다 많다”며 “(당신은) 집에서 하루 종일 뭐 하고 있느냐”는 식의 말을 툭 던졌다. 그 말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해서, 급기야는 잠도 오지 않고 식욕도 사라졌다. 자격지심일 수도 있지만 ‘결혼 전에는 학원 강사로 활동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생활하는 자신감 있는 여성이었는데, 내 모습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 자신에게 불만이 생겼다. 돈을 벌어오라는 남편의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업주부로 아이 낳아 잘 키우고 남편 내조 잘하는 평범한 주부로 아무 문제 없이 살아왔는데, 지금 본인의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변에 친구도 많지 않고 주로 책을 좋아해서 사회활동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자신을 찾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Solution 결혼 전에 활발한 사회활동을 했던 아내가 결혼 이후 전업주부가 되면서 겪는 가정 내의 역학구조와 관련한 부부간의 갈등, 스트레스, 우울증의 단면을 보는 상담 사례다.
우선 경제활동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아내에게 스트레스를 준 남편의 입장을 들어보면, 이것이 경제적인 욕구 부분의 말은 아니다. 의외로 아내의 비만으로 인한 여성성에 대한 불만이다. 물론 대학 동창 부인의 경제활동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며, 아내가 사회활동을 통해서 노후 계획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개월에 걸친 상담을 통해 상담 의뢰인의 사회활동 욕구를 확인하고 본인의 전공과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아보게 했다. 아내는 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적은 비용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집 근처의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자녀와 남편에 대한 주부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면서 적정한 수입과 봉사 직업을 통해 정신 건강을 되찾은 아내는, 우울증 증상도 없어지고 일과 운동으로 적절한 다이어트도 병행하여 취업 1년 만에 정상 체중을 유지하게 되었다. 직업을 갖게 되면서 경제적 수입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건강성, 여성성을 되찾게 되어 부부 관계까지 좋아지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본 좋은 상담 사례였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커리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가족이나 주변의 지원이 없으면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누구나 경력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상담 사례와 같이 여성이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되어 경력 단절과 우울증으로 인해 부부 갈등을 겪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문제의 해결책은 국가와 기업의 관심과 특히 남편의 외조가 결정적인 해법이라고 본다.
최강현 교수는… 부부 소통 & 성교육 인기강사. 경기대학교 경영대학원 외래교수, 부부행복연구원 원장, 제주건강과성박물관 관장, 경찰청 정책자문위원, 의정부지방법원 가사조정위원, 대한성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BS <부모> 특강, KBS <아침마당>·<여풍당당>, MBC <여성토론 위드>·<생방송 오늘 아침>, SBS <좋은 아침>, MBN <황금알>, TV조선 <TV로펌 법대법>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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