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 요리하는 남편도 늘어났고, 사회 활동을 하는 아내도 많아졌다. 과거에 이혼 사유로 꼽혔던 ‘가정을 외면하는 남자’, ‘집안 살림만 아는 무능력한 여자’는 더 이상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혼율은 줄어들지 않을까? 그 이유는 가정의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사라졌다
흔히 ‘가족’이라고 하면 ‘남편+아내=자식’으로 구성된 경우를 일반적인 혹은 정상적인 가족으로 본다. 그리고 이 구성에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화목한 가족’으로 인정받는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이런 인식은 변함이 없다.
이는 단순히 고리타분한 구시대적 발상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가족 형태라 해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을 수도 있고, 겉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여도 가족 구성원은 너무나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 혹은 정상적인 가족 형태를 강조하는 이유는 가정이 제대로 꾸려져야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부부의 이혼 또는 배우자의 사별로 인한 편부모 가정을 흔히 볼 수 있고, 결혼은 했으나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자식을 낳지 않는 이른바 ‘딩크족’도 많다. 심지어 ‘부담감’ 때문에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싱글족도 점점 늘고 있다. 이 중에는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같이 살고 싶은 마음도 있어 동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허용하는 커플도 꽤 많다. 이처럼 자식을 낳지 않거나 결혼을 피하는 이유는 갈수록 세상 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결혼에 따른 책임과 부담감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그만큼 개개인이 나약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일례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능력과 명예를 얻은 이들도 결혼을 포기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이는 ‘귀찮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아이만 선택하고 결혼으로 인해 감수하게 되는 배우자와 그 가족까지 신경써야 하는 결혼은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가족 형태는 커플 중 한쪽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한 경우도 있다.
고령화된 사회 또한 가족의 형태를 깨뜨리는 원인이다. 요즘 곳곳에서 100세 시대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처럼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데다 책임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식을 낳지 않다 보니 평균수명이 높아지는 고령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까닭에 노인 가구 수가 많아졌다. 한때는 일반적인 가족 구성이었으나 자식을 원치 않았던 부부가 나이를 먹으면서 온전한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편부모, 무자녀, 미혼모, 동거, 독거노인 등의 가구는 남편·아내·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에 비해 불안정하다. 우리는 흔히 힘들 때 가족으로부터 힘을 얻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만큼 가족이 주는 안정감은 사회 전체를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실제로 불안정한 가족은 일반적인 가족에 비해 생산성도 떨어진다. 일반적인 가족 형태에는 남자, 여자, 아이, 노인까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인간 요소가 모여 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인간 유형의 대표적인 특징을 알지 못하면 사회에 적응하는 데 다소 힘들 수 있다. 낯선 구성원에 대해 적대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잘 갖춰진 안정적인 가족을 경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기러기 아빠의 증가
최근 40~50대 남성의 상당수가 일명 ‘기러기 아빠’로 살아간다. 기러기 아빠란 짝을 잃고 홀로 되어도 새로 짝짓기를 하지 않고 새끼를 극진히 보살피는 기러기의 습성을 빗댄 신조어.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자 아이를 유학 보내면서 아내도 함께 떠나보낸 뒤 홀로 생활하며 처자식을 뒷바라지하는 남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학 열풍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 그다지 여유롭지 않은 가정이라도 자녀가 한둘뿐이다 보니 아낌없이 투자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부모의 불타오르는 교육열이 아니다. 불안정한 가정 형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문제점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 간의 정이 사라지고 일반적인 인간적 관계만 남게 된다. 요즘은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들 중에는 오가는 비행기 값이 부담돼 몇 년 동안 아빠와 자녀들이 아예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런데 이 시기는 사춘기와 청소년기로 인격 형성이 이뤄질 때인데 아이들이 아빠 없이, 또는 부모 없이 혼자 지내다 보면 온전한 인격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가족보다는 ‘내’가 삶의 중심이 되기 쉽다. 이런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가족 간에도 자신이 손해 보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둘째, 거리를 방황하는 중년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도 반겨주는 가족이 없어 남자들은 술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2차, 3차까지 술을 마시면서 거리를 헤맨다. 그러다 보니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외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내에 남아 있는 남편이나 아이들과 함께 외국에서 생활하는 아내 모두 처한 상황이 외롭기 때문에 누군가를 찾기도 한다. 이렇게 기러기 아빠로 생활하다가 외도로 이어져 이혼까지 하는 부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셋째,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40~50대 남성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로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에 가장 많이 신경써야 할 연령이지만 기러기 아빠들은 아침을 거르기 일쑤다. 또 출근도 안 하는 주말에는 더욱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다. 비단 눈에 보이는 주변 환경 외에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기댈 가족이 없다는 외로움은 스스로를 나약하게 만든다. 이러한 심리는 정신적 공황 상태를 부르며 급격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우울증을 유발하고 극단의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자녀교육이란 미명 아래 ‘기러기 아빠’와 같은 가족제도의 근간을 해체시키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시민사회, 종교단체 등을 통한 범국민적 의식 개선으로 가정의 위기를 막고 잘못된 교육환경을 바로잡아야 한다. 기러기 아빠들의 괴로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섹스리스, 러브리스 부부 증가
지난 2009년에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에서 아시아·태평양 13개국의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성 건강과 삶의 만족도’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 중 한국은 ‘성생활 만족도와 행복지수’ 부문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인 12위로 나타났다. 참고로 1위는 인도, 2위는 필리핀, 3위는 대만으로 일본이 11위였다.
‘성생활 만족도’ 항목에서는 전체 평균 남자 57%, 여자 65%가 만족한다고 답했는데, 한국은 남자 19%, 여자 11%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전체 평균보다 고작 3분의 1만이 부부의 성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상은 했으나 이 정도까지 우리 국민들이 불행한 줄은 몰랐다. 이웃 나라 일본의 국민도 우리와 비슷한 수치를 보여 경제 수준에 비해 결코 행복하지 않은 나라로 나타났다. 또 ‘성생활 관심도’ 항목에서는 남자 75%, 여자 54%로 높은 관심도를 보였고, ‘성생활이 삶의 질과 만족도에 비례한다’는 질문에도 남자 75%, 여자 55%가 그렇다고 답해 성생활과 금실이 부부 행복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말을 꺼내기가 부끄러운 부부 금실은 부부만이 아는 비밀이다. 최근 들어 그저 한집에 사는 동거인으로 지내는 투명인간 부부, 이른바 섹스리스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곧 가정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 건강검진을 하러 온 50대 부부가 의사와 나눈 대화에서 현재 부부관계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의사가 남편에게 잠자리를 얼마나 갖는지 물었더니 “첫 번째 관계는 괜찮은데, 두 번째 관계할 때는 제가 땀을 많이 흘립니다”라고 답했다. 의사가 부인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부인은 “물론 이유를 잘 알죠. 첫 번째는 12월이고, 두 번째는 8월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즉, 이들 부부는 1년에 단 2회만 부부관계를 가졌던 것이다.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섹스리스 부부가 많아지고 있고, 주변의 금실이 좋아 보이는 정상적인 부부들도 의외로 부부관계를 갖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주어진 일상생활이 바쁘고 피곤해서 관심도 없어지는데다 자녀교육에 신경쓰다 보면 부부의 사랑에 흥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가끔 상담 중에 섹스리스 문제를 지적하면 부부관계 없어도 마음이 중요하니 우리 부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경험상 보면 섹스리스 부부들은 러브리스 부부로 이어져 경제적인 문제나 외도 등의 문제가 생기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이처럼 부부 금실에서 부부간의 섹스는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자 매우 중요한 의식이며 행위다. 정부와 국민, 대인관계, 자녀관계, 부부관계에서 대화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강조하지 않겠다. 즉, 부부 사이에서 소통의 수단인 사랑도 규칙적이어야 한다.
경험상 부부간의 대화나 소통이 원활해지려면 부부 금실이 좋아야 한다. 부부관계의 횟수가 늘다 보면 부부 사이가 좋아진다는 말도 있고, 소통이 안 되면 간통이 된다는 말도 있다. 부부심리 전문가로서 ‘부부 사이를 이어주는 최후의 끈이 뭘까’ 늘 연구해보았는데, 돈도 자식도 아닌 바로 부부 금실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부부 금실을 높이는 방법은 많이 있으나 하나만 소개하자면 우선 침실의 분위기를 바꾸고 이벤트를 해보라. 알다시피 침실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사랑을 나누는 중요한 공간이다. 계절별로 침대 시트와 조명을 바꿔 분위기 있는 침실을 만들어보자. 부부 금실을 위해서는 고급 차에 투자하는 것보다 부부만의 공간인 침실에 투자하는 게 더 중요하다. 여기에 가끔 부부만의 이벤트로 드라이브와 외식도 하고, 강가의 근사한 모텔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연애 시절 기분이 되살아나면서 부부 사이도 좋아질 것이다. 꼭 실천해서 부부 금실지수도 높이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자.
결혼생활이 파경에 이르는 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아주 사소한 문제를 세심하게 마음을 쓰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혼생활의 행복은 대단히 민감하게 다루어야 얻어지는 것이므로 작은 문제라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마치 다루기 어려운 예민한 식물 같아서 마구잡이로 만지면 상처받고, 무관심하게 두면 얼어 죽으며, 의심의 눈으로 보면 파멸해버린다. 결혼의 행복이라는 꽃나무는 항상 부드러운 애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 따뜻한 배려라는 볕을 쪼여서 꽃이 피게 해주고, 어떠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라는 철벽 속에서 지켜주어야 한다. 이런 정성으로 가꾸어지는 결혼의 행복이라는 꽃나무는 인생의 모든 시기에 향기로운 꽃을 피워서 노년의 쓸쓸함까지도 감미로운 인생으로 바꿀 수 있다.
- 토마스 스프라트(영국, 1635 ~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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