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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보도된 내용

[헬스경향] [최신혜 기자의 ‘당당한 19금’] 성(性)교육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이유

[최신혜 기자의 ‘당당한 19금’] 성(性)교육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이유..

헬스경향 최신혜 기자 mystar0528@k-health.com

 

지인들에게 중고등학교 시절의 성교육시간이 얼마나 유익했는지 묻자 대다수가 별 도움을 얻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들이 떠올리는 강의내용은 성폭력대처법이나 낙태부작용, 피임법 등이 전부였다.

실제 기자가 본 것도 그랬다. 강사가 콘돔착용법을 알려주고 제품을 나눠주자 대다수 학생들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태도로 일관했고 몇몇 남학생들은 이를 이용해 장난을 치며 떠들어댔다. 하교 후 몰려들어 야한 비디오를 함께 시청하는 편이 훨씬 즐겁고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학우도 많았다.

채 순결에 대한 정의도 내리기 전 일방적으로 나눠주던 순결캔디와 서약서에 대한 기억도 또렷하다. 훗날 성인이 돼 성경험을 갖게 된 많은 학우들은 자신과의 서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괜한 죄책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성폭력, 임신, 낙태, 피임법, 성 관념에 대한 것들 모두가 성교육에서 다뤄야 할 내용이 분명하다. 하지만 성교육을 통해 강조되는 내용들은 막연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많은 성교육에서 사랑과 교감, 상호작용 등 성(性)의 긍정적 의미에 대한 설명은 과감히 배제하고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미국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폴 W.스웨츠 박사는 저서 ‘10대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에서 “자녀의 혼전성관계를 겁내는 부모들은 성은 무조건 더럽고 위험한 것이라고 설득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을 지닌 부모나 교사들에게 성교육은 문제예방·대처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교육에서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다보면 교육 자체가 와 닿지 않을 뿐 아니라 성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더 큰 문제가 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불안감·죄책감 등 성행위에 대한 부정적 심리상태는 불감증과 직결되기 쉽다.

요즘 청소년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성교육은 뭘까. 푸른아우성 관계자는 “지난해 연령대별 주요상담내용을 분석한 결과 10대 청소년상담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문제는 음란물이나 자위에 대한 상담이 감소했다는 점”이라며 “이제 더 이상 음란물시청행위가 고민되지 않을 만큼 일상화됐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고 말했다. 외려 음란물과 결합한 자위중독 문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 이에 대한 성상담·교육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한편 성인에게 이뤄지는 성교육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는 직장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예방교육’에 관한 얘기다. 부부행복연구원을 운영 중인 성교육전문가 최강현 원장은 “남성들은 자신이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받는다고 생각해 도살장에 끌려오듯 강제로 교육에 참석한다”며 “남녀 간 예의와 대화법 차이, 성건강 등 서로 다른 성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인 양성평등교육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목적은 피교육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끄는 데 있다. 윤리의식만을 강요하기보다 행복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당사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