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옥소리 사태로 본 ‘섹스리스(sexless) 부부’들
2007년 11월 07일 (수) 06:56스포츠서울
한 이불을 덮으면서도 오로지 잠만 자는 ‘섹스리스(sexless)부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름 아닌 옥소리의 폭탄 발언에 기인해서다. 그녀는 남편 박철을 버젓이 놔두고 외도를 저지른 몹쓸 아내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옥소리는 혼외정사의 불가피함을 함축하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토해냈다. ‘11년간 딱 10번 했다’는 것.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한 아내가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아껴주는 뭇남성의 품에 안겼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혹자는 간통의 정당성 확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불륜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옥소리가 동정론을 끌어모으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것. 어찌됐든 ‘11년간 10번’은 노골적이고 충격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함부로 공표하기 민감한 부부관계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은 두고두고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차라리 ‘섹스중독’이 부러운 그들 “밥만 먹곤 못살아…”
“나 요즘 연애한다. 난생 처음 오르가즘 느꼈다.”
영화 <바람난 가족>(2003년 개봉)에서 예순살 먹은 시어머니 병한(윤여정 분)은 간암 말기인 남편을 두고 소위 바람을 핀다. 초등학교 동창과 진한 정사도 즐겼다. 그리고 남편이 죽자 시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이같이 말하고, 애인과 함께 미국으로 훌쩍 떠난다.
당시 영화를 본 관객들, 특히 여성들은 이 대사에 부러운 감정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소위 섹스의 맛을 아는 유부녀는 더 간절하다고. ‘부부는 일심동체’라지만 잠자리까지 일심동체가 되기는 쉽지 않다. 섹스란 남녀가 함께 잘 해야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성과학연구소는 국내 기혼여성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 달에 한번 미만의 부부관계를 갖는 섹스리스 부부가 28%에 달한다는 보고를 한 적이 있다. 부부 네 쌍 중 한 쌍이 섹스리스라는 것.
동부시립병원 김경희 비뇨기과 과장은 “단순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해서, 흥미가 없다는 이유로 넘어갈 경우 부부생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합의에 의한 섹스리스가 아닌 상태에서 섹스리스가 지속될 경우 섹스를 못하게 된 한 쪽의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며 “명확한 설명 없이 섹스리스가 지속될 때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20대 후반의 미혼여성은 섹스 없는 무늬만 부부로 사느니 차라리 이혼을 선택할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이부자리 불만은 평생 해소되기 어렵다는 덧붙임과 함께. 이는 극소수의 의견이 아니다. 성을 숨기려는 옛날과 달리 요즘 젊은 여성들은 행복한 결혼을 유지하려면 훌륭한 성생활이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심지어 “유부녀 딱지가 붙은 뒤 피눈물 흘리며 후회해봤자 소용없다”며 “속궁합은 필히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도 있다. 당사자는 “결혼한 선배들을 통해 속궁합의 절실함을 들었다”면서 “옛말 틀린 얘기는 하나도 없다. 부부는 문제가 있더라도 속궁합만 잘 맞으면 웬만한 문제는 그냥 넘어간다고 하지 않느냐”고 박장대소했다.
남성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흔히 섹스리스의 근본적 원인 제공은 남편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스트레스에 따른 성적장애로 인해 남자가 여자보다 성행위를 기피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호히 아니라고 답변한다. 다만 남성의 수치가 보다 많을 뿐, 여성도 적지 않다는 것.
올해 결혼 6년차인 김남형(가명·35·서울 동작구)씨는 1남1녀를 둔 아빠다. 부인은 한 살이 어리다. 김씨에 따르면 결혼과 함께 섹스리스 부부로 고착됐다. 허니문 베이비로 큰 애가 생긴 후 한 몸 횟수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부인의 완강한 고집에 임신기간 절대 금지. 아이 출산하고 나선 “몸이 힘들다”고 부인이 거부해 육체적 사랑을 나눌 수 없었다. 자궁이 안 좋다는 식으로. 하지만 묘하게도 둘째는 생겼다. 이에 대해 김씨는 “그날따라 집사람이 유혹해서 하게 됐다”고 황당한 표정을 지은 뒤 “따지고 보면 (임신) 성공률이 1백%나 마찬가지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곤드레만드레 상황에서 지인에게 선물 받은 콘돔을 갖고 성관계를 맺자고 조르다, 괜한 의심을 받기에 이르렀다. 솔직히 그날의 기억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고 그는 털어놨다. 하지만 집사람은 바깥에서도 술만 마시면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고 윽박질렀다고 한다. 김씨는 “분명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집사람은 내가 거짓말 한다”며 그날 이후로는 공통분모인 애들을 제외하곤 대화가 단절됐다고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웨딩마치를 울리기 전엔 달랐다고 한다. 당시엔 하루가 멀다하고 그짓을 했다는 것. 예비신부 집에서 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집이 있었지만 결혼날짜를 잡고나선 그녀의 둥지로 발걸음 했다. 김씨에 따르면 그냥 잠만 잔 날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결혼 후 완전히 달라졌다. 몸도 못 만지게 한다는 것. 이런 사정을, 바깥에 나가 하소연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해 털어놓을 수 없다고 그는 긴 한 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집사람이 내 잘못을 꼬투리를 잡아 어린애들 벌주듯이 성관계를 거부하는 것 같다”며 담배 한 모금을 낄게 빨아들였다.
조진범(가명·40·서울 송파구)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대물로 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섹스리스 부부다. 1년에 한 두 번 한다. 부인도 불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2년여 전,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고 나서부터 부부관계가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는 먹고살기 힘든 스트레스에다, 처녀 시절 몸매를 잃어버린 아내와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부인이 최소한 의무방어전도 요구하지 않아 오직 잠만 잔다는 것. 그는 “섹스가 리모컨 작동하듯이 하는 것이 아닌 이상, 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는데 그냥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혼잣말하듯이 투덜거렸다.
사실 밥만 먹곤 살 수 없는 게 요즘 달라진 부부관계다. 한 달에 한 두 번 아닌 1년에 한 두 번 하는 ‘섹스리스 부부’의 수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너 달은 물론이고 1년이 지나도 섹스를 하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가 중년부부를 비롯해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 이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종국엔 가정파탄에 이를 수 있어서다.
실제 한 비뇨기과에 결혼 3년차 30대 초반 동갑내기 부부가 찾았다. 법적으로 헤어지기로 결심한 부부였다. 남편의 잠자리 거부로 끝내 부인이 이혼을 요구한 것. 하지만 이전에 마지막으로 신체적 결함이 없는지 확인하려고 부인이 배우자를 강제로 끌고 왔다고 한다. 해당 비뇨기과 원장에 따르면 부부는 신체 이상 무.
과거 신혼여행 때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한 몸을 거부한 남편에게 결혼 파탄의 책임을 물어 부인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 적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덤벼드는 ‘섹스 중독’이 부러웠을지 모를 일이다.
대다수 젊은 여성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척도로 건강한 성생활을 꼽고 있다. 이 때문일까. 한때 예비신랑의 성기능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남성증명서’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위 사람은 본원에서 실시한 남성 건강검진을 거친 건강한 남성임을 증명한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총각은 “요즘 속궁합 없이 결혼한 커플이 얼마나 되냐”고 비웃었다. 어찌됐든 여성이 선호하는 경제능력이 뛰어난 남자라도 밤일을 제대로 못한다면 대접받기 힘든 세상이 도래한 것.
아직 횟수의 기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3개월에 1~2회 정도면 섹스리스로 분류한다. 물론 한 달에 한번 혹은 아예 섹스를 하지 않는다 해도 두 사람의 합의하에 불만이 없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경희 과장은 “부부관계를 단지 횟수로 측정해 섹스리스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섹스의 횟수가 줄었다고 금방 부부관계가 끝장난 것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리곤 “부부 어느 한 쪽의 성기능 장애로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면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고 섹스리스가 어느 한쪽의 불만과 고통이 되어 관계유지가 어렵다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인들이 남편들이 잘못했을 경우, 성관계 여부를 벌주듯이 하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윤수 비뇨기과 전문의는 “신혼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성관계를 하던 부부들도 결혼 기간이 길어지면서 권태기에 빠지고, 성관계를 ‘의무방어전’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부부관계에서 섹스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히 인정한다. 성생활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결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일요시사 성강현 기자ㅣ스포츠서울닷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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