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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보도된 내용

[MT리포트] "7억 받으면 될 줄 알았는데"…이혼 후 복병들

[MT리포트] "7억 받으면 될 줄 알았는데"…이혼 후 복병들

[이혼, '쩐'의 전쟁⑥] 생활고로 유흥업소 나가고 심리적 고통에 극단적 선택도…"이혼 연착륙 지원 필요"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입력 : 2018.04.10 04:05
 
편집자주결혼은 현실이다. 이혼도 현실이다. 살아온 정(情)보다 '돈'이 앞선다. 사랑해도 빚 때문에 갈라서고, 이혼하고 싶어도 집 때문에 같이 산다. 자식 때문에 이혼 못하고, 이혼을 해도 자식이 어깨를 짓누른다. 부부가 번 돈보다 부모들이 물려준 돈이 더 중요한 요즘, 이혼을 통해 달라진 세태를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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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이지혜 기자

# 40대 여성 A씨는 남편의 지속적인 외도와 경제적인 무능력으로 이혼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를 데려왔다.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기로 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수개월 아무 소식 없다가 겨우 월 30만원을 주는 일이 반복됐다. 나중엔 연락도 닿지 않았다.

A씨는 식당에 취업했다. 월 120만원을 받았다. 두 자녀를 키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결국 노래방 도우미로 나섰다.

#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50대 여성 B씨는 이혼하면서 전체 재산의 80%를 가져왔다. 부동산을 포함해 약 7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성인이 된 두 자녀가 변수였다. 대학원 진학과 유학 등으로 계속 목돈이 필요했다. 재산분할로 받은 여윳돈 대부분을 자녀 학비에 사용했다. 자녀들은 아버지와 인연을 끊어 따로 학비를 받아낼 수도 없었다.

결국 B씨는 마지막 남은 집까지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전 남편은 달랐다. 전문직이라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바람 핀 여성과 재혼까지 했다.

이처럼 이혼 뒤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어렵게 결심한 이혼이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힌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가장 많다.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재산분할을 받더라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생활비가 없어 고생하는 식이다.

이혼 후 겪는 심리적인 어려움도 상당하다. 28일 서울에서 한 4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여성은 이혼 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그녀는 의부증과 우울증을 앓았다. 수차례 외도를 한 전 남편에게서 받은 충격을 이혼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새 남편은 밤에 일하고 여성은 낮에 일했다.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달랐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아무 일이 없는데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해했다. 전 남편에게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던 여성은 새 남편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럴수록 더 괴로워졌다. 새 남편과는 작은 갈등도 해결할 수 없어졌다. 사소한 말다툼이 불씨가 됐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재혼 1년 만이었다.

이혼 후 경제적인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서 다양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이혼 후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혼 후 부양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이혼 생활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이혼한 배우자가 부양료를 지급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7년 간 법원의 가사조정위원으로 활동한 최강현 부부행복연구원 원장은 "자녀를 키워야 하는 사람들은 이혼 후 더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양육비 지급 이행을 돕는 '양육비 이행 관리원'이 있지만 강제조치 수단이 부족해 실효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혼 후 대인관계나 갈등 해소를 위한 교육과 심리 치료도 필요하다. 이병철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 대표는 "갈등 해결 능력이 부족한 분일수록 오히려 도움받기 싫어하고 정신과 등 전문 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혼 후 심리적 문제는 반드시 주변이나 전문 기관에 의뢰해 도움을 받아야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