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전 직장 선배 K씨를 만났는데 부쩍 늙어 보인 선배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아직 50대 중반인 그는 20년 넘게 다니던 금융기관에서 올해 조기 퇴직을 했다. 이제 바쁘게 쫓기며 살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 부러했더니 당장 그 선배의 입에서 "괜히 명퇴 신청했다"는 후회의 말부터 나왔다.
100세 시대라 한다. 60세에 은퇴를 한다면 앞으로 40여 년을 더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따라서 행복한 은퇴생활을 영위하려면 미리미리 은퇴계획을 세우고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미 은퇴한 선배들을 만나 조언도 듣고 은퇴 관련 서적을 읽으며 자신이 원하는 은퇴생활을 설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미국 증권방송 cnbc에 소개된 '은퇴 후 가장 많이 하는 6가지 후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조만간 은퇴를 계획하는 50대 후반이거나 K씨와 같은 초기 은퇴자들이 참고하면 은퇴 후 하게 될 후회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1. "너무 일찍 은퇴했어"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은퇴를 결심할까? 정년이 돼서 퇴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 해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비자발적 이유로 일찍 은퇴를 선택한다. 미국의 경우 한해에 비자발적으로 은퇴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3분의1에서 2분의1 정도는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상의 이유로 어쩔수없이 일찍 은퇴하는 경우다.
40대나 50대 초반에 비자발적으로 은퇴를 하게 되면 당연히 충분한 준비 없이 일찍 은퇴생활을 맞이한다. 공인재무설계사(CFP) 토마스 머피(Thomas Murphy)는 "비자발적 은퇴자들은 은퇴 후 생활비가 도대체 얼마나 들어가는지 생활비를 어떻게 벌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자발적으로 은퇴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충분한 은퇴 준비가 돼 있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라고 머피는 지적한다.
결국 재정상의 문제로 이들은 다시 재취업을 고려하게 되는데 50세 이상의 사람이 재취업하기는 정말 하늘에 별따기다. 2013년 미국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재취업을 시도한 50세 이상 가운데 거의 70퍼센트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답한 걸로 나타났다. K씨는 경우는 아직 재취업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한 은퇴 준비 없이 비자발적 혹은 자발적인 이유로 너무 일찍 은퇴를 결정하게 되면 머지않아 많은 후회를 하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첫해에 지출이 너무 많았어"
오랜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한 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을 버킷리스트로 만들어서 하나씩 해나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전 직장 동료인 40대 초반의 K씨는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로 20여 년을 금융기관과 벤처기업에서 근무한 뒤 올해 초에 명퇴를 선택했는데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여행을 지금까지 실컷 하고 있다고 해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 적이 있다.
K씨와 같이 은퇴 후 마음껏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골프나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면 은퇴 자금을 초반에 너무 많이 써 버리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공인재무설계사(CFP)인 제이슨 플러리(Jason Flurry)는 "은퇴자들은 간혹 지출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며 "뒤늦게서야 과다 지출을 했음을 알고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K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여행 다니면 지출이 좀 많은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나중에 줄이면 된다"고 대답했다.
상당수의 은퇴자들이 초반에 너무 무리한 지출을 하면 노년에 궁핍한 생활에 빠지게 됨을 알면서도 초반에 지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3. "초기에 여행을 좀 더 다닐 걸"
은퇴자 가운데 K씨와 아예 정반대인 경우도 많다. 은퇴 후 '당장 지금 할 필요는 없잖아. 내년에 하지'라며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미루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30여 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직한 H씨는 70대 중반이 되도록 특별히 한 게 없다. 여행이라고 하면 외국에 사는 딸아이 집에도 은퇴 후 딱 한번 방문했던 게 전부다. 그러다 지난해 건강에 이상이 생겨 몇 차례 수술을 받은 후 지금은 해외 여행은 더이상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공인재무설계사 머피는 은퇴엔 두 가지 시기가 있다며 "하나는 건강이 좋은 시기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이 좋지 않은 시기"라고 말한다. 그는 은퇴 고객들 가운데 건강한 시기에 여행이나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않고 미루다 건강이 안 좋은 시기가 온 뒤 후회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목격했다며, "여행 등 하고 싶은 것들을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은퇴 후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재정상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고 싶은 것들을 계획해서 실천해 나간다면 나중에 건강을 잃게 되는 시기가 도래해도 후회없는 은퇴생활이 될 수 있다.
4. "이자 수입을 너무 크게 기대했어"
미리미리 은퇴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건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은퇴한 사람들은 당시 연간 최소한 10~12%의 이자수익을 기대했다. 따라서 이러한 기대수익을 바탕으로 지출을 하고 차입도 하면서 풍요로운 은퇴생활을 영위했다.
하지만 지금은 10~12%의 기대수익은 꿈에도 꿀 수 없다. 만약 이같은 비현실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은퇴계획을 세웠다면 은퇴 후 재정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수익형 부동산에서 꾸준히 월세를 받고 있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된다. 언젠간 부동산을 매도해야만 할 시기가 온다. 증여를 언제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상속 때까지 보유할 건지 혹은 그 전에 매도해서 현금자산으로 전환할 건지를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5. "은퇴 후 아무런 활동 계획을 안 세웠어"
만약 당신이 은퇴 후엔 그저 책이나 읽고 TV나 보면서, 그리고 동네 산책이나 하면서 하루를 편안히 소일하겠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공인재무설계사 머피는 "은퇴 후에도 매일 아침 일어나 옷을 입고 뭔가를 하러 나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은퇴생활은 우울하고 비참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은퇴생활의 행복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자들의 경우 은퇴를 하는 순간 사회적인 관계가 거의 단절되는 걸 느낀다. 왜냐하면 남자들이 쌓아온 관계라는 게 거의 대부분 업무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퇴 후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매일매일 활동 계획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좋은 예로는 매일 할 수 있는 취미를 한 두 개 갖거나 정기적으로 사회 봉사 활동을 하는 것 등이다. 혹은 파트타이머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좋다. 뭔가 매일 해야 할 일을 만들어 항상 활동적으로 만드는게 중요하다.
6. "연금 수령이 너무 빨랐어"
대부분의 재무상담사들은 연금 수령 시기를 최대한 늦추라고 조언한다. 공인재무설계사 플러리는 "70세 때까지 연금 수령을 늦추는 게 가장 유리하다"며 "연금 수령을 늦출수록 매달 수령하는 연금 액수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연금 수령 시기를 68세에서 70세로 늦추면 매달 수령액이 최대 1000불 까지 늘어나게 된다. 100세 시대, 점점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이 때 기나긴 은퇴생활 동안 좀 더 많은 연금 수령액을 받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