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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보도된 내용

간통죄 폐지 후폭풍? 양지로 고개 든 '불륜 사이트'

간통죄 폐지 후폭풍? 양지로 고개 든 '불륜 사이트'

 

채성오 기자

 

불륜 커뮤니티 '애슐리 매디슨'이 회원정보 공개, 집단 소송 등으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면서 국내 불륜 사이트들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간통죄로 음지에 숨어있던 불륜 커뮤니티는 지난 2월 27일 헌법재판소의 간통 위헌 판정을 통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 상태다. '불륜'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한낱 '도덕적 양심'으로 치부되고 있다.

 

■ 합법적 기혼 만남 서비스 '기혼자닷컴'

기혼자닷컴은 한국의 '애슐리 매디슨'을 표방하며 간통죄 폐지 이후인 3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다. '불륜을 범죄라 인식하고 불륜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가입한 회원들에게 5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제공하며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 지난 3월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기혼자 만남 사이트 기혼자닷컴. 기혼자닷컴 홈페이지 캡쳐

지난 4월 기준 기혼자닷컴 회원수는 5,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업계가 추산하는 가입 회원 수는 1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는 애슐리 매디슨과 비슷한 구조다. 회원이 프로필을 올리면 성향에 맞춰 데이트 상대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상대의 자세한 프로필을 보려면 14일 자유이용권(5만원)을 결제해야 하는데 여성 기혼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혼자닷컴은 타 서비스와는 달리 자사의 경우 불륜을 조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혼자들도 때로는 권태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소통 상대를 찾자는 마인드라고 설명했다. 합법적으로 상호를 등록하고 정식 서비스되는 만큼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혼자도 때론 외롭다'라는 기혼자닷컴의 문구는 애슐리 매디슨의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 피우세요'와 흡사하다. 국내 정서상 '기혼자의 데이트는 불륜'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하다.

업계의 관계자는 "도덕적 측면을 빼고 본다면 기혼자닷컴 같은 사이트의 경우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기혼자들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성숙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비밀 커뮤니티 '소라넷', 불륜의 온상

기혼자닷컴이 유료 매칭 사이트라면 소라넷은 무료 커뮤니티다. 회원들은 길거리에서 몰래 찍은 사진부터 애인 혹은 부인의 누드사진을 올리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주로 남성 회원들의 가입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17년간 음란 커뮤니티로 서비스를 지속해 온 소라넷.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을 피해 운영되고 있다. 소라넷 홈페이지 캡쳐 문제는 소라넷이 성관계를 위한 만남의 장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초대남(주최자의 초대를 받은 성관계 파트너)을 불러 자신의 부인과 성관계를 하게 하는 남성 회원이 있는가 하면, 커플 만남을 통해 상대방과 파트너를 교환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전해진다. 불륜의 온상으로 불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소라넷의 회원 수는 약 1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소라넷은 비밀 커뮤니티로 알려져 있어 아무나 회원가입을 할 수 없다. 노출될 것을 염려해 홈페이지 주소를 수시로 바꾸는 주도면밀함도 보인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 규정상 폐쇄 조치를 내려도 금새 복구되는 생존력도 지니고 있다. 지난 1998년 소라즈 가이드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17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일각에서는 관련 커뮤니티에 대한 사전 안전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간통죄가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관련 커뮤니티의 범람은 사회적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관계자는 "기혼자닷컴 등 관련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가 사라진 상태"라며 "한 마디로 이용자들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인데 불륜이나 성매매 등을 목적으로 가입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특히 소라넷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접속을 차단하지 않으면 삐뚤어진 성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