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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보도된 내용

[여성조선, 2014년 12월호] 남은 인생의 행복, 황혼 재혼..<최강현 교수/ 원장>

 

 
최강현의 부부 관계 회복 프로젝트
남은 인생의 행복, 황혼 재혼



‘다 늙어서 무슨 이혼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호모 헌드레드(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요즘, 자식을 출가시키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오죽했으면 수십 년간 참아오다가 이혼을 하는 것일까?

대법원이 발간한 <201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이혼한 부부 11만5천 쌍 가운데 결혼 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는 3만2천 쌍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황혼 이혼 비율은 2006년 19.1%, 2007년 20.1%, 2008년 23.1%, 2009년 22.8%, 2010년 23.8%, 2011년 24.8%, 2012년 26%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혼 부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던 4년 미만의 ‘신혼 이혼’(24%)을,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한 ‘황혼 이혼’ 비율이 4% 차이로 앞섰다. 전체 이혼 사유로는 성격 차이를 꼽은 부부가 절반에 가까운 5만3천2백92건(47.3%)으로 예년과 같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 문제 1만4천4백72건(12.8%), 배우자 부정 8천6백16건(7.6%), 가족 간 불화 7천3백81건(6.5%), 정신적·육체적 학대 4천7백59건(4.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황혼 이혼의 증가 원인을 100세 시대 수명 연장의 결과로 분석한다. 한 50대 후반 여성은 상담에서 ‘지금까지는 참고 살아왔지만, 60세를 넘어 남편의 퇴직 이후 또 30년을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참고로 황혼 이혼의 시기가 남편의 퇴직 후나 막내 자녀 출가 후 급증하는 것은 이웃 나라 일본의 황혼 이혼 문화인 ‘나리타공항의 이별’ 사례를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아내가 참고 또 참다가 힘없는 남편을 응징(?)하기 위해 남편을 버리는 황혼 이혼이 요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정법원에서 조정위원으로 많은 위기 부부를 만나면서 남자가 노후에 행복한 삶을 살려면 첫째 와이프, 둘째 아내, 셋째 마누라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황혼 이혼을 한 노년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혼 후 남자와 여자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여자에 비해 남자에게는 매우 힘든 삶이 기다리는 것이 현실이다.

옛말에 ‘남편이 세상에서 먼저 가고 아내가 뒤따라가는 것이 맞다’라는 말이 있는데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실제로 남자가 노후에 혼자가 되는 상황은 아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상처하는 경우 또는 아내의 이혼 신청으로 혼자가 되는 경우 두 가지인데, 이럴 경우 남자의 삶은 피폐해진다. 혼자 된 남자는 우울증이 증가하는 데다 부부 관계는 고사하고 음식, 잠자리, 빨래, 가사 등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생 사회생활과 경제활동만 했던 사람이 가사를 하는 것 또한 적응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황혼 재혼에 여자보다 남자가 더 적극적이다. 일반적으로 황혼 이혼은 남편에 대한 실망감으로 여자 측이 많이 청구했으나, 최근에는 구박이나 자식과 아내 사이에서의 소외감을 이유로 남자 측 이혼 청구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혼당하기 전에 먼저 살길을 찾는다고 해석해야 할지.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황혼 재혼을 대행하는 결혼정보회사의 A임원에 따르면 황혼 재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족의 동의 거부로 나타났다. 황혼 재혼으로 인한 새 가족과 기존 자녀의 상속재산분할 갈등으로 부모의 재혼을 반대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고 어려움이 많다고 하는데, 이는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면 해결된다.

몇 년 전 가정법원에서 이혼조정위원으로 원고 측의 이혼신청 준비서면 서류를 보다가 ‘혼전계약서’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미국, 유럽 선진국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생활 경험이 있는 일부 계층에서는 사용해왔던 제도인데, 혼전계약서는 민법 제829조 ‘부부재산계약제도(부부재산약정)’를 근거로 작성할 수 있다. 민법 제829조 ‘부부 재산의 약정과 그 변경’의 내용은 부부가 혼인 성립 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약정한 때에는 이 사항을 등기하면 승계인,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황혼 재혼으로 재산상속분할 이해 당사자인 자녀에게 양해를 구한 후 본인과 새 배우자가 구체적인 재산분할에 합의하여 공증하면 된다.

‘아무리 사랑해도 혼전계약서를 써라.’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쓴 책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How to Get Rich)>에 나오는 대목이다. 떠들썩한 두 번의 이혼을 거치는 과정에서 혼전계약을 맺어 경제적 손실을 줄인 트럼프의 현실적인 조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황혼 재혼을 앞둔 사람들을 중심으로 혼전계약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혼전계약서에는 재산에 관한 내용 외에도 결혼생활 중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 가령 스킨십이나 가사 분배, 자녀 양육 등 부부 사이에 필요한 여러 내용을 자유롭게 넣을 수 있다.

이혼 후 재산분할 문제뿐 아니라 종교, 양육, 가사 분담 등 결혼생활에서 지켜야 할 조건들에 대해 혼전계약서에 꼼꼼히 기록한다. 가정상담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체결한 부부간의 약속인 혼전계약서가 결혼생활의 안전장치로서 역할을 다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강현 교수는…

부부소통 & 성교육 인기강사, 경기대 경영대학원 외래교수, 부부행복연구원 원장, 제주건강과성박물관 관장, 경찰청 정책자문위원, 의정부지방법원 가사조정위원, 대한성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BS <부모> 특강, KBS <아침마당>·<여풍당당>, MBC <여성토론 위드>·<생방송 오늘아침>, SBS <좋은아침>, MBN <황금알>, TV조선 <TV로펌 법대법>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넌 웬수랑 사니? 난 애인이랑 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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