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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보도된 내용

[세계일보] 황혼이혼의 슬픈 연가.. <최강현 관장>

[기고] 황혼이혼의 슬픈 연가
다 늙어서 무슨 이혼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평균수명 100세의 호모헌드레드 시대를 앞둔 요즘 자식을 출가시킨 후 여러 가지 이유로 이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오죽하면 수십년간을 참다가 이혼하는 것일까.

대법원이 발간한 ‘201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이혼 11만4316건 가운데 결혼기간이 20년 이상은 3만234건으로 전체의 26.4%를 차지했다. 황혼이혼 비율은 2006년 19.1%, 2007년 20.1%, 2008년 23.1%, 2009년 22.8%에서 2010년 23.8%, 2011년 24.8%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차이를 꼽은 부부가 절반에 가까운 5만3292건(47.3%)으로 예년과 같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경제문제 1만4472건(12.8%), 배우자 부정 8616건(7.6%), 가족 간 불화 7381건(6.5%), 정신적·육체적 학대 4759건(4.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강현 제주 건강과성박물관장
특히 남편의 퇴직 후나 막내아들 출가 후 황혼이혼이 급증하는데 이웃나라 일본의 황혼이혼 문화인 아내가 참고 참다가 남편을 버리는 ‘나리타 공항의 이별’ 사례를 답습하는 듯하다. 이렇게 이혼, 사별과 기타 사유로 1인 가구 수가 꾸준히 늘어 전체 1730만가구 중 435만가구인 25%를 차지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수치에 육박해 국민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황혼이혼의 증가 원인을 100세 시대를 맞아 수명연장의 결과로 분석한다. 직접 상담한 사례에서 보면 50대 후반의 여성은 “지금까지는 참고 살았지만 남편의 퇴직 이후 30여년을 지금처럼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사회 문제화된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혼인 전 교육과 황혼기 교육 등 생애주기별 부부교육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황혼이혼한 노년부부의 삶을 살펴보면 남자와 여자의 입장이 다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여자에 비해 남자는 매우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다.

옛말에 ‘남편이 먼저 가고 아내가 뒤따라 가는 것이 맞다’는 말이 있는데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실제로 남자가 노후에 혼자 되는 이유는 아내의 건강상 이유로 상처하거나 아내와의 이혼으로 혼자가 되는 두 가지인데 이때 남자들의 삶은 피폐해진다. 혼자된 남자는 우울증이 증가하고 음식, 잠자리, 빨래, 가사 등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가족친화적인 직장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일과 양육의 양립을 위한 아버지 교육이 한창이다. 아직도 일부이지만 가사분담을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남성을 보면 그의 노후가 걱정된다. 지식은 아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노년 남자의 삶에서 아내의 부재는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최강현 제주 건강과성박물관장
2013-10-22 21: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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