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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보도된 내용

성매매 합법화 기로, 성매매 특별법 폐지 및 위헌 제청 논란..,

경향신문 | 백철 기자 | 입력 2013.01.19 13:45 | 수정 2013.01.19 14:00

성매매가 합법화의 기로에 놓였다. 지난 1월 9일 서울북부지법 오원찬 판사가 성매매특별법(성특법)의 일부인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처벌조항인 21조 1항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면서부터다. 이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게 한다는 처벌조항으로, 성 판매자와 성 구매자를 동시에 처벌하는 조항이다.

성매매 알선업자와 포주들은 다른 조항에 의해 처벌된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을 위헌이라고 결론내리면, 한국은 영국, 프랑스 등과 마찬가지로 개인간의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국가가 된다.

북유럽 국가 성매매여성 처벌 안 해

지난해 12월 서울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 '청량리588'의 모습.

이곳은 최근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돼 2014년이면 사라질 예정이다. |김기남 기자성특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김정미씨(42)는 지난 1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매매 역시 "엄연한 직업"이라고 주장하며,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생활비나 아이 교육비를 벌려고, 그저 밥 한 숟갈 먹으려고 이 일을 하지만 당장 일을 못하게 되면 노숙자가 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담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특별법을 옹호하는 입장, 법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 기존의 법을 폐지하고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각의 담론들은 완전 불법화, 성 판매자 비범죄화, 성매매 합법화로 분류되는 성매매에 대한 법적 제도와 상통한다. 성매매 합법화의 경우 다시 개인간 성매매에 한해서만 합법화하는 것과 완전한 합법화로 나누어진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리투아니아 등 기존의 '제2세계' 국가들의 상당수는 금지주의적 관점을 채택해 성매매를 완전히 불법화하고 있다. 이 중 일본의 경우 삽입성교만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기본적으로 성매매가 불법이지만, 성매매 여성에 한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독일, 네덜란드 등은 국가가 성매매를 법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관점에 입각하여, 성매매 자체는 물론이고 포주들의 성매매 업소 운영, 성매매 알선도 합법화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들은 보다 자유주의적인 관점에서 성매매에 대한 국가의 법적 통제에 반대한다. 이들 국가는 개인간의 성매매에 관해서는 합법의 영역에 두는 반면, 포주나 성매매 알선업자에 한해서는 처벌하고 있다.

한국의 성매매특별법은 기본적으로 금지주의적 견해를 따르지만 '도덕적 타락'이라는 의미를 담은 기존의 '윤락'이라는 단어를 '성매매'라는 보다 중립적인 단어로 바꿨다는 점에서는 여성주의의 성 지배론적 관점을 일부 수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상당수의 여성주의자들은 현행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는 방식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일부의 여성주의자들은 성매매 역시 다른 형태의 노동과 같은 '성노동'이라며 성매매특별법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조배숙 전 의원(57·변호사)은 현행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로고스 사무실에서 만난 조 변호사는 "성특법이 8년 넘게 시행되면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감금·폭행이 줄어들었으며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2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성매매 여성·업주 단체인 한터전국연합과 남성연대 등이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줄었을까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특법이 성매매를 줄이진 못했다고 지적한다. 2007년과 2010년 여성부가 작성한 성매매 실태조사를 봐도, 3년 사이 줄어든 성매매 여성의 수는 7000명 수준이었다. 게다가 2010년 조사에는 인터넷으로 성매매를 하거나 유사성행위 업체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가 집계되지 않아 실제로는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를 줄인 것이 아니라 '풍선효과'를 낳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변호사는 성매매특별법의 입법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것은 법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회가 양극화하면서 여성들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직장도 잡지 못한다. 여성들의 취업기회를 확장시키는 등 구조적으로 성매매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성매매 지원방안도 문제다. 여성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 여성 숫자는 최소한 약 27만명이지만, 탈성매매 지원시설은 전국에 39곳이 있다. 조 변호사는 "탈성매매를 지원할 예산을 따내기가 너무 어려웠다. 풍족하게 해달라는 것은 아니고, 지금이 너무 예산이 적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했다.

여성학계와 여성주의 활동가들은 대체적으로 성매매방지법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는 비범죄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스웨덴식 '성 구매자 처벌법'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책팀장(51)은 현행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이 법에 의해 많은 여성들이 도움과 지원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 집행력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성산업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법망을 피해나가는 새로운 형태들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현행 성매매특별법은 비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게 된 '피해여성'의 경우 법적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하지만 정 팀장은 성매매 여성 자신이 '비자발적'이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결국 법적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성매매특별법의 집행력을 약화시킨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 작성된 여성부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행 성특법의 처벌규정은 성 구매자보다 성 판매자에게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2007년부터 3년간 피의자 신분의 성매매 여성 중 실제 기소로 이어진 비율은 23.2%였지만, 성 구매 남성의 기소율은 17.3%에 그쳤다. 여성부 실태조사는 조사 결과에 대해 "성판매 여성이 스스로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성매매에 가담하는 등 '자발성'을 띠고 있다는 수사기관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45)는 "여성계는 예전부터 성을 파는 사람은 피해자로 보고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을 지향했는데, 성매매특별법 입법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게 되어 있는 조항 때문에 성매매 현장에 공권력이 들어온 경우 증거가 될 수 있는 콘돔을 여성들이 삼켜버리는 일들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성판매자에 한해서만 비범죄화하자는 반성매매 경향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조배숙 변호사는 "스웨덴 식으로 법을 고치면 성 구매 남성만 처벌받는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것이고, 자칫 성매매에 대한 처벌 자체를 하지 말라는 방향으로 논의가 갈 가능성이 있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성구매자 처벌법'으로 개정 주장도


한편, 반성매매 경향의 여성주의자들은 현행 성특법이 한계가 있긴 하지만 처벌조항이 위헌이 되는 것은 사실상 성매매 합법화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헌법재판소가 김정미씨의 위헌 제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성노동'이라는 개념은 성매매 역시 다양한 노동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으로,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여성주의 내부 단골 논쟁거리 중 하나다.

'성노동' 개념을 지지하는 고정갑희 한신대 영문과 교수는 현행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여성들을 기본적으로 '피해여성'으로 보는 시각에 반대한다. 실제 성매매 여성들의 삶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을 일률적으로 '비자발적'으로 보는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어 고정 교수는 "그동안 성노동자들은 낙인이 찍힌 삶을 살았고, 성매매특별법은 이런 성노동자들을 더 힘들게 만든 법"이라며 완전한 합법화를 주장했다. 그는 "성매매특별법으로 집창촌이 폐쇄가 되면 그곳에 있던 성노동자들은 더 강도가 높은 곳에서 일을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성노동' 개념에 대해 장기매매처럼 신체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고정 교수는 "성노동자의 몸이 어디 다른 곳에 가는 게 아니다. 실제로는 성적 서비스를 제공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첫날인 2004년 9월 23일, 경찰이 '청량리588' 지역을 단속하고 있다.|우철훈 기자

'성노동' 표현 둘러싼 찬반 논란


'성노동' 개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존에 금기시됐던 매춘(성매매)·집창촌(성매매 집결지)이라는 표현도 그대로 사용한다. 그동안 성매매가 '나쁜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매춘·집창촌이란 표현이 금기시된 것이란 취지에서다. 성노동 개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성매매를 다른 노동과 같은 위치로 본다면 매춘·집창촌이라는 표현을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일종의 '기존의 관념 뒤집기'인 셈이다.

한편 조배숙 변호사는 '성노동'이란 표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조 변호사는 "인간의 성은 개인의 존엄에 관련된 신성한 것이며, 어떻게 보면 신의 축복이다. 돈을 매개로 성을 사고 파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현실이 어쩔 수 없다고 해서 규범을 끌어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미례 팀장은 '성노동' 개념에 대해 "성매매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어떤 착취구조 안에 성매매가 놓여있는가를 봐야 한다"며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이 계속 성매매하라고 놔두는 것인데, 성매매가 아닌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의 활동가 밀사씨(24)는 "만약 성노동자들의 권익이 완벽하게 보장이 되고 사회적인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다른 노동과 다르지 않게 취급될 거라 본다"며 "성노동자들이 억압받고 있는 상황이 문제인 것이지, 이들의 숫자가 많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밀사씨는 완전한 성매매 합법화가 아닌 '성판매자 비범죄화'에 대해서도 "성구매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성거래의 증거가 되는 콘돔의 사용을 거부하는 등 오히려 성노동자들을 사각지대로 몰아갈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교수는 성노동·성착취라는 논의구도보다는 성매매 여성의 현실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여성부 성매매 실태조사에 참여하기도 한 신 교수는 "성매매 현장에서는 성특법에 의거한 무리한 단속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성매매를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드물다. 두 가지 모두가 진실"이라며 "성노동을 주장하는 쪽이나 성착취를 주장하는 쪽이나 현실의 성매매 여성들의 권리를 높이자는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한 신 교수는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싸고 "자유의 이름으로 현실을 방치하거나 굉장히 보수적인 접근만이 제시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유주의나 보수주의 모두 해법이 아니며, 여성주의는 이런 양극단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