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에 보도된 내용

'사랑과 전쟁' 한발 물러선 국가…간통죄 폐지와 숙제

'사랑과 전쟁' 한발 물러선 국가…간통죄 폐지와 숙제


가정파괴 불륜의 자유 아냐…민사상 개인의 책임은 살아 있어

송덕진  |  media@mediapen.com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간통죄(姦通罪)가 폐지되었다. 지난 26일, 17건의 간통죄 위헌 심판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려졌다. 1953년 제정된 형법 241조 간통죄가 62년 만에 폐지됐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헌법재판소는 4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성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변하고 처벌의 실효성도 의심되는 만큼 간통죄 자체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국가가 형법으로 규제하는 간통죄 폐지를 주장해

시대가 많이 변하긴 변했다. 개인 사생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 성 개방 트렌트, 여권 신장 등 확연히 시대가 확실히 변했다. 그 트렌트의 변화가 간통죄 폐지에 영향을 미쳤다.
필자는 늘 윤리와 도덕과 관련된 문제를 국가가 형법으로 규제한다는 점에서 반대를 해 왔다. 지인들과 만나는 편한 자리에서는 늘 왜 국가가 남 배꼽 밑을 왜 그렇게 간섭하려고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해 왔다.


안나 까레리나를 읽으면서

그러면서 초등학교 때 읽었던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리나를 거론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진실한 사랑과 결혼, 예술, 종교, 죽음 등 삶에 관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톨스토이 문학의 완결체이며 톨스토이의 삶에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다. 필자는 가끔 안나 가레리나를 19세기 러시아판 사랑과 전쟁이라고 칭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고위층의 부인 안나가 젊은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속에서 안나가 기차에 몸을 날리는 마지막 장면을 불륜이라고 정의한다면 불법과 위법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 그리고 그 작품을 읽고 난 후부터 늘 고민하고 고민했다.

고전에 대한 경이함과 경간함, 엄숙감까지 집어 치우고 안나가 남편 몰래 젊고 잘 생긴 브론스키와 벌이는
육체적인 사랑에만 집착한다면 안나 카레니나는 간통을 주제로 한 3류 불륜 소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러시아 낳은 천재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리나를 통해 인간이 추구하고 싶어하는 행복과 소중한 가족제도 그리고 가족애를 독자들에게 여운으로 남겼다.


 

 

   

 


▲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1953년 제정된 형법 241조 간통죄가 62년 만에 폐지됐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오랬동안 논란이 컸던 간통



간통은 인류의 역사만큼 긴 역사를 가졌다. 솔직히 수많은 문학 작품부터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영화까지 불륜을 소재로 다루고 있으며 불륜이 빠지면 흥행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한 불륜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시켜 놓고 있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되고, 형성화시키고 있는 불륜, 즉 간통은 대한민국에서는 형법으로 다스려 왔다. 전 세계 문명국 중에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간통죄를 형법으로 다스리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대한민국이었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어찌 간통이 아름답게 포장될 수 있을까? 왜 그렇게 불륜을 소재로 삼아 국민들의 눈물 샘을 자극하고 부러워하는 사랑행위로 만들려고 하는지 가끔 이해가 가지 않고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간통을 범죄로 취급해 왔다. 대한민국 헌법은 인간의 존엄, 가치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사상의 자유 등등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개개인의 성 자유를 제한하고 규제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가지 못했다. 특히 도덕과 윤리적인 문제를 국가가 형법으로 규제한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헌법이 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행복추구권이라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자기만의 쾌락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간통죄, 혼인빙자간음죄은 하루 빨리 삭제해야 될 비법률적조항이다.


대한민국 수준을 높여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자마자 주식시장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콘돔을 제조하는 회사, 사후피임약과 발기부전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회사 등이 전날보다 10배 이상 급등했다. 주식전문가들은 이런 상승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필자도 이상하게 보인다. 간통죄 폐지와 성생활 관련 제품군의 관련성을 찾아볼 수 없게 때문이다. 아직도 대한민국 문화수준이 낮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 아닌지 모르겠다. 실적이 반영되지 않고 주식이 급등하는 것은 작전이며 거품이다. 코미디와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앞서 소개한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간통죄 폐지로 불륜이 더 늘어난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결국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고 그 선택의 대한 책임도 개개인으로 돌아간다. 책임이 없는 자유는 용납될 수 없다.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불륜이 자유가 된 것이 아니다. 가정질서 파괴에 대한 개개인의 민사상의 책임은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