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헌법재판소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리중인 가운데 해당 법 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과 자발적 성매매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관영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터전국연합 등이 개최한 '성매매 특별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종사 여성들에 대한 노동성의 정의' 정책 포럼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성매매특별법 제21조 1항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 사건'에 대한 발제문을 통해 "해당 조항은 자발적 성매매 당사자의 성적자기결정권, 직업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 된다"며 "나아가 차별 대우를 정당화할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도 없어 자의금지원칙에 반해 헌법에 위배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매매특별법은 경찰국가화를 통해 손쉽게 성매매를 근절하고자 했으나 법이 도덕의 영역을 침범한 나머지 입법목적을 달성 하기는 커녕 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했다"며 "또 성매매의 음성적 유포를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되면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위헌법률심판은 '집창촌'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들을 대변하기 위해 제기한 것이지 유흥주점에서 이어지는 성매매와 안마시술소, 오피스텔, 키스방 등의 변태적인 성매매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정책 포럼에서는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음성적 성매매는 오히려 늘어나는 등 정책적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강현준 한터전국연합 대표는 "정부가 지난 2010년 외부에 의뢰해 성매매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2010년 전국 성매매 집결지(업소 10개 이상)는 45곳으로 2007년 39곳에 비해 늘어났다"며 "성매매 여성도 3644명에서 4917명으로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적잖은 예산을 투입해 법을 집행했지만 실효성은 없고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집창촌에서 일하는 여성은 4917명인데 비해 단란주점 등 음성 성매매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은 13만7331명에 달한다"며 "키스방 등 변종 성매매 업소나 인터넷을 이용한 성매매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매매특별법으로 오히려 음성적 성매매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현실화 됐다고 지적 했다.
나호열 경희대 사회교육원 교수는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근절에 얼마나 효과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법 제정 10년을 맞아 객관적으로 성과를 점검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보완이나 개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을 감안해 보면 성매매의 불법화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단기적 처방으로 국가가 성 매도자의 생계를 전적으로 보장해주지 못할 바에는 집창촌을 양성화하고 법적 제도하에 관리하는 것이 현실에 맞다"고 주장했다.
최강현 경찰청 정책자문위원은 "성매매방지 특별법 발효 후 여성의 인권개선효과 등 많은 성과도 있었으나 풍선효과로 인해 주택가로 들어온 변종 성매매는 이제 지역의 구분마저 없어졌다"며 "성매매 관련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 만큼 각계 전문가들의 공청회를 통해 법률적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는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1·여)씨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은 헌법에 위반 된다"고 제기한 의견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오 판사는 결정문에서 "비록 금품 등 재산상 이익을 대가로 수수하기는 하나, 성교 행위는 사생활의 내밀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착취나 강요가 없는 상태의 성인 간 성매매행위가 성 풍속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초래했는지 명백하게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전한 성 풍속 확립을 위해 성매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정당하지만, 성매매 행위를 교화하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최후수단성을 벗어나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보충했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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