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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내용 중 일부

성치료 사례 (홍성묵 교수)..,

 의뢰자는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하기 쉽기 때문에 의뢰인 상담이 끝난 후 반드시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야 정확한 원인이 나온다. 또한 성문제는 한쪽에만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느 쪽이 더 크냐의 차이일 뿐 책임은 양쪽 모두에게 있다. 예를 들어 여자가 오르가슴을 못 느낀다고 하면 남자가 테크닉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다.

   

결혼 후 육아와 집안 살림으로 지쳐 성욕 감퇴한 경우

 

그런데 배우자에게 상담을 받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서양은 90%가 넘는 배우자가 상담에 응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10%도 안된다. 이씨의 남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상담이 필요하다는 말에 “아내에게 문제가 있을 뿐이다. 아내만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거부감을 나타냈다.

 

나는 그에게 섹스도 둘이 하듯이 성문제도 둘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남편은 나를 찾아왔고, 그에게 부부관계에 대한 충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들은 후, 나는 두 사람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성 치료에 앞서 부부관계 치료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사랑이 없으면 섹스도 하고 싶지 않은 법이다. 두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되살려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대화가 중요하다. 서로의 불만을 훌훌 털어내고 과거의 좋았던 감정을 회상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 사람이 스스로 깨닫도록 대화를 이끌어주었다.

다행히 두 사람은 부부관계가 회복되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입장을 좀 더 배려하겠다고 했고, 이씨 역시 앞으로 적극적인 섹스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을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집에 돌아가면 여전히 바쁘고 피곤한 일상이 아내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부를 위해 당분간 주말마다 단둘이 가정을 떠나 펜션 같은 곳으로 여행을 가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껏 섹스를 즐기도록 권했다.

또한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훈련을 할 것을 지시했다. 이 훈련들은 처음엔 혼자 하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면 배우자가 도와주도록 되어 있다. 성문제는 함께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에게나 첫 번째 상담을 한 후 두 번째 올 때 자신의 질 그림을 그려오라고 한다. 질구가 음핵 쪽이냐 항문 쪽이냐에 따라 오르가슴을 느끼는 체위가 달라진다. 그걸 파악한 상태에서 체위는 어느 것을 주로 하는지, 애무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애무를 받을 때의 쾌감 정도를 속속들이 묻는다. 이씨의 경우 질구가 음핵 쪽에 가까워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하는 체위에서 오르가슴을 잘 느끼는데 남편이 후배위를 선호해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남편과 상담을 하면서 아내의 성감대를 아는지 물어본다. 제대로 모른다면 치료 단계에서 성감대 찾기 훈련을 시킨다.(여성동아 2005년 5월호 ‘성기 제대로 사랑하기 & 성감대 찾기’ 참조, 여성동아 홈페이지 http://women.donga.com에서도 볼 수 있음)

또한 반드시 부부 모두에게 케겔운동을 하도록 한다. 여성동아 2005년 7월호 ‘부부 함께 명기 만들기’ 기사(http://women.donga.com)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케겔운동은 4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씨는 물론 남편도 무척 열심히 훈련을 했다. 이씨의 남편은 한 가지 방법당 2백 번씩 총 8백 번을 매일 빼먹지 않고 했다고 한다. 이씨 역시 내가 일러준 케겔운동 기구를 이용해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달 만에 남편은 성기의 발기 각도가 5도 정도 위로 올라갔을 만큼 힘이 훨씬 강해졌다. 이씨 역시 비교적 작은 구슬을 질 속에 넣고 10분 이상 떨어뜨리지 않고 조이고 있을 정도로 질 근육이 강화되었다.

이씨 부부처럼 과거에 오르가슴을 느꼈는데 요즘은 잘 못 느낀다고 하면 이 정도 치료만으로도 성 문제가 해결된다. 오히려 전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쾌감을 느끼며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

성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 때문에 성욕 못 느끼는 경우

김은희씨(가명·27)는 3월 말부터 상담을 시작해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그가 처음 전화를 걸어왔을 때가 생각난다. 첫마디가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면 오르가슴에 이른다고 하는데 클리토리스가 정확히 어디냐”는 것이었다. 아직 클리토리스가 무엇인지도 모른다면 오르가슴을 느꼈을 리 없다. 그는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성욕을 느껴본 적이 없다며 이제 오르가슴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성건강센터를 방문할 것을 권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상담을 할 때 개인의 성 역사를 낱낱이 파악하는데, 특히 성과 관련한 개인적인 경험을 꼭 체크해야 한다. 그가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랐다거나, 잘못된 성교육을 받았다면 머릿속에 ‘섹스는 더러운 것, 감춰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각인되어 있어 이로 인해 성적인 장애가 올 수 있다. 또한 과거에 강간이나 근친상간, 또는 포르노를 보다가 야단을 맞았다든지 하는 경험이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을 한다.

김씨의 경우 성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사춘기 때 아빠가 포르노를 보는 걸 목격한 후로 섹스에 대해 거부감이 생겼다고 했다.

   

또한 보수적인 성의식을 가져 남편과 결혼한 후에도 소극적으로 부부관계를 해왔다고 한다. 게다가 남편이 오럴섹스를 요구한 것이 성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김씨에게 포르노를 보게 한 후 음부가 축축해지는지 확인을 하도록 했다. 축축해졌다면 머리는 성을 거부하지만 몸은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김씨를 상담한 후 남편을 불렀다. 다행히도 남편은 아내의 성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오히려 답답할 정도로 성에 대해 보수적인 아내가 상담을 했다는 것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남편과의 상담을 마친 후, 이번엔 두 사람을 불러 함께 성교육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화면에 나타난 체위의 효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성 비디오의 긍정적인 면을 일깨워주면서 어렸을 때 받은 상처가 치유되도록 도와준 것이다. 비디오에는 오럴섹스의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다. 오럴섹스가 결코 변태행위가 아닌 사랑의 표현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이후로도 일주일에 한 번씩 김씨를 상담하며 성에 대한 비디오, 사진, 서적 등을 보여주며 아름다운 성에 대해 교육을 해주었다. 물론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부부 모두 케겔운동을 하도록 하면서 일주일마다 발전과정을 체크하는 동시에 성감대 찾기 훈련을 시켰다. 김씨가 성에 소극적이었던데다 남편 역시 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아내의 귓불, 목, 유두 이외에 다른 성감대가 숨어 있다는 걸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성기 그리기부터 시작해 매주 새로운 숙제를 내주며 성감대 찾기를 한 후 본격적인 오르가슴 느끼기 훈련에 들어갔다. 김씨는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낀 적이 없어 이 과정이 꼭 필요했다.

 

우선 여성이 자위행위하는 비디오를 보여준 후 이씨에게 자신의 손으로 질과 클리토리스를 자극해 오르가슴에 이르도록 매일 집에서 연습을 하게 했다. 이르면 일주일 만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김씨는 3주가 넘도록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바이브레이터의 올바른 사용법과 위생보관법을 알려주고 집에서 연습을 하게 했다. 일주일 만에 오르가슴을 느꼈다며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번엔 남편이 바이브레이터로 자극해 오르가슴에 이르게 하고, 그 다음엔 남편이 손으로 애무를 해서 오르가슴에 이르는 연습을 하게 했다. 전에는 이것이 불가능했지만 오르가슴에 도달한 경험이 있어 이젠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는 매일 열심히 노력을 한 결과 한 달 만에 남편의 애무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남편이 손으로 애무를 하다 오르가슴에 오를 때쯤 삽입섹스를 해서 오르가슴에 이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게 익숙해지면 다음엔 삽입섹스만으로도 오르가슴에 이르는 연습을 할 예정이다.

두 주부의 예에서 보듯이 똑같은 성욕감퇴, 오르가슴 장애라도 그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고, 한 사람에게도 보통 5~6가지 원인이 복합작용해 나타난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나의 원인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